지난달부터 때 이른 폭염이 ‘대프리카(대구+아프리카)’를 덮치자 동물원에 있는 동물들도 일찌감치 얼음 특식을 먹는 등 폭염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극한의 무더위가 열흘 넘게 이어지던 지난 9일 오후 대구 달성공원 동물원. 기온이 33도를 넘어서자 더위에 지친 암컷 코끼리 코순이가 내실에서 방사장으로 나와 샤워기 아래로 향했다. 시원한 물줄기 아래서 등목을 하며 더위를 식히기 위해서다. 이후 코순이는 사육사가 제공한 수박을 먹었다. 얼린 사탕수수는 단맛이 나올 때까지 발로 뭉개서 녹여 먹기도 했다.
코순이는 1969년에 태어났다. 매년 여름이면 동물원의 터줏대감 수컷 복동이와 함께 등목과 얼음 간식으로 대프리카의 더위를 이겨냈지만, 2023년 복동이는 50살의 나이에 먼저 하늘나라로 떠났다. 사육사는 “코순이 내실에 에어컨이 설치돼 있긴 하지만, 크기가 작다 보니 방사장으로 나와 하루 수차례 등목하면서 더위를 식힌다”고 말했다.
1970년 개장한 달성공원 동물원에는 67종 331마리의 동물이 살고 있다. 본격적인 더위가 찾아오면서 10명의 사육사와 2명의 조리실 직원이 머리를 맞대고 여름 특식 메뉴를 구성했다. 호랑이 3마리와 사자 2마리에게는 돼지 간과 돼지 안심을, 앵무새에게는 치커리와 참외 씨 등을, 침팬지에게는 냉동 열대 과일과 오이를 제공하는 등 동물의 식성과 건강 상태 등을 고려해 특식이 차려진다.
이날 2004년생 불곰은 물웅덩이에서 얼린 과일을 먹었다. 달성공원 동물원에는 불곰 2마리가 살고 있지만, 한 마리는 더위에 식욕이 줄어 내실에 머물렀다. 지쳐 보이던 암컷 침팬지 알렉스는 특식이 제공됐는데도 사람이 오자 울타리 쪽으로 다가오며 반겼다. 사육사는 “최근 너무 더워서 방문객이 없다 보니 특식보다 사람에 더 관심을 보이는 것 같다”고 말했다. 1987년생인 알렉스는 이온음료와 물을 섞어 얼린 오이와 참외를 먹고 신나 관람객들과 눈을 맞추는 등 재롱을 떨기도 했다.
꽃사슴 15마리는 스프링클러 아래에 모여 더위를 견뎠다. 물웅덩이에 제공된 수박 조각을 먹기도 했다. 독수리와 칠면조 등 우리에는 그늘막이 설치돼 따가운 햇볕을 막아줬다.
달성공원 사육사들은 여름이면 아침마다 동물의 변이나 숨소리를 살피는 등 건강 상태를 유심히 관찰한다. 전염병 예방과 악취 제거를 위해 매일 2번 청소와 방역을 하기도 한다. 동물 중 내실이 있는 경우에는 여름철 온도를 20~25도로 유지해 더위나기를 돕는다. 달성공원 동물원 관계자는 “올해는 더위가 일찍 찾아온 만큼 6월 말부터 특식을 제공하고 등목을 하면서 유독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대구시가 운영하는 달성공원 동물원은 개장한 지 55년이 된 대구를 대표하는 동물원이다. 다만 1963년 국가지정 사적 제62호로 지정된 달성토성 내에 있어 일대가 국가유산 보호구역으로 지정되다 보니 개발이 어려운 실정이다. 시간이 지나며 동물원 시설 노후화 문제가 심각해지자 대구시는 2027년 수성구 대구대공원에 자연 친화적인 동물원을 조성해 동물들을 이전하기로 했다.
이종영(53) 사육반장은 “동물들이 대구대공원 이전까지 건강하게 잘 지내고, 더 좋은 환경에서 대구시민과 다시 만나길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