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기준 구직자 1인당 일자리 수(구인배수)가 외환위기 이래 가장 적은 수준을 나타냈다. 저성장이 고착화하며 양질의 일자리가 줄어든다는 우려가 커진다.
14일 고용노동부의 ‘6월 고용행정통계로 본 노동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고용서비스 통합 플랫폼 ‘고용24’를 통한 신규 구인 인원은 15만1000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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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소했다. 반면에 신규 구직 인원은 38만7000명으로 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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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했다. 구인 인원을 구직 인원으로 나눈 구인배수는 전년 동기보다 0.1포인트 낮아진 0.39로 나타났다. 구직자 100명당 일자리가 39개뿐이라는 의미다. 이는 6월 기준으로는 1999년 6월(0.25) 이후 가장 낮다. 2022년 0.78까지 올랐다 꾸준한 내림세다. 구인배수는 양질의 일자리가 집중된 상시 임금 근로자만 고려한 통계로, 현재 고용시장의 민낯을 잘 보여준다는 평가다. 올해 1~5월도 0.28~0.43으로 전년 대비 하락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제조업 일자리, 54개월 만에 마이너스 주요 원인은 경기 부진 장기화로 기업들이 채용의 문을 걸어 잠그면서다. 인건비 상승과 자동화 확산, 국내외 불확실성 증가 등이 맞물렸다. 재계 23위인 에쓰오일은 경영 불확실성 확대, 사업 실적 저하 등을 이유로 지난 10일 진행 중이던 소매 영업직 공개 채용 절차를 돌연 중단하기도 했다.
구직자의 눈높이에 맞는 일자리 부족도 한몫하고 있다. 안정적인 급여를 주는 ‘임금 근로자’ 규모를 나타내는 고용보험 상시 가입자 수는 지난달 1559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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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가하는 데 그쳤다. 97년 집계를 시작한 이후 6월 기준으로 가장 적다. 특히 업종별로 보면 양질의 일자리를 만드는 제조업에서 1000명 감소하며 54개월 만에 ‘마이너스’로 전환했다.
식어가는 경기에 창업을 포기하거나 문을 닫는 청년 사업자도 크게 늘었다. 국세청 국세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사업체를 운영 중인 30세 미만 청년 사업자(가동 사업자)는 월평균 35만4672명으로 1년 전보다 2만6247명 감소했다.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17년 4분기 이후 감소 폭이 가장 컸다. 창업하는 사람보다 휴·폐업자가 더 많았다는 뜻이다.
청년 가동 사업자는 2020~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시기에도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3분기 1만9400명 감소하며 처음 방향을 틀었고, 4분기(-2만1527명)에 이어 세 분기 연속 줄었다. 소비 부진에, 이자 부담까지 커진 게 원인으로 꼽힌다.
청년사업자, 3분기 연속 감소세
특히 올 1분기 소매업에 종사하는 청년 사업자는 12만7089명으로 1년 전보다 1만6185명 줄었다. 전체 청년 사업자 감소분의 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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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 달한다. 음식업 청년 사업자(4만6269명)도 1분기에 5507명 줄었다. 우석진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대부분의 청년은 음식점·카페 같은 기술 기반이 없는 창업에 도전하는데 이들 업종 대부분은 포화 상태”라고 말했다.
취업도 여의치 않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5월 청년층(15~29세) 취업자는 368만2000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15만 명 줄었다. 2022년 11월 이후 31개월 연속 감소세다. 5월 고용률 역시 지난해보다 0.7
%
포인트 떨어진 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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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 13개월 연속 하락했다.
지난 2월 사상 처음으로 50만 명을 넘어서기도 했던 청년층(15~29세) ‘쉬었음’ 인구도 여전히 40만 명 안팎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관련 보고서에서 “눈높이에 맞는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미스매치 현상은 청년들이 자발적으로 노동시장을 이탈하는 주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두 차례 편성된 추가경정예산에선 청년층을 타깃으로 한 뚜렷한 대책은 담지 못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하반기에는 청년 지원을 위한 구조적이고 실효성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