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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킨·만두’만 남은 청문회

중앙일보

2025.07.14 09:42 2025.07.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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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가 14일 국회 여성가족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이날 강 후보자는 보좌진 갑질 논란 등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그 논란 속에서 상처를 받았을 보좌관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말했다. 임현동 기자
자료 미제출, 증인 채택 불발로 ‘맹탕 청문회’ 우려 속에 14일 시작된 이재명 정부 1기 내각 장관 후보자 청문회는 초반부터 고성과 싸움으로 얼룩졌다. 이날 국회는 여성가족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 해양수산부, 통일부 등 4개 부처 장관 후보자들의 청문회를 진행했다.

국민의힘은 강선우 여가부 장관 후보자 낙마에 화력을 집중했다.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과 보좌진이 오전 ‘강요된 사적 지시, 선 넘은 갑질 행동, 우리가 기억한다’ 삼행시 팻말을 들고 기다렸다.

‘강선우 OUT’ 팻말을 노트북 등에 붙이며 강 후보자가 보좌진에게 사적인 허드렛일을 시켰다는 의혹을 부각했다. 민주당 의원들이 “청문회를 피켓 붙이고 하는 게 맞느냐”고 따지며 회의장은 아수라장으로 변해 13분 만에 정회됐다.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은 음식물이 가득한 쓰레기봉투를 들어 보이며 “후보자는 남이 음식 먹은 것을 처리해 보신 적이 있습니까”라고 물었다. 분리수거 갑질 의혹을 따진 것이다. 강 의원의 전직 보좌진은 언론에 “집에 쓰레기가 모이면 (강 후보자가) 그냥 일상적으로 갖고 내려온다. 상자를 보면 치킨 먹고 남은 것, 만두 시켜 먹고 남은 것, 일반 쓰레기들이 다 섞여 있었다”고 폭로했었다.



변기수리 지시 강선우 “여의도 아닌 지역보좌진에 부탁한 것”

이달희 국민의힘 의원이 14일 강선우 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음식물 쓰레기 봉투를 들고 갑질 의혹 관련 질문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강 후보자는 “전날 밤 먹던 것을 아침으로 먹으려고 가지고 간 적이 있다”며 “그것을 다 먹지 못하고 차에 남겨놓고 내린 것은 제 잘못”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모두 다 제 부덕의 소치다. 다시 한번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는 말도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추가로 공개된 강 후보자와 전직 보좌진의 텔레그램 메시지엔 쓰레기 봉투와 관련한 구체적 지시가 담겨 있었다. 강 후보자가 “현관 앞에 박스를 내놨으니 지역구 사무실 건물로 가져가 버려 줘요”라고 하자 해당 보좌진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한 내용이었다.

자택 변기 수리를 지시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아침에 화장실에 물난리가 나서 여의도회관에 있는 보좌진이 아니라 집에서 차로 2분 거리인 지역사무소에 있는 지역 보좌진에게 ‘어떻게 하면 좋겠냐’고 조언을 구하고 부탁을 드렸다”며 “급박해서 조언을 구한 것이 부당한 업무 지시로 보일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갑질 의혹을 제보한 보좌진에 대한 법적 조치 방침에 대해 강 후보자는 “내부적으로 작성됐던 것이 밖으로 유출된 것”이라며 “법적 조치를 한 바 없다”고 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강 후보자가 보낸 것으로 보이는 메시지 화면을 캡처해 청문회장에 띄우며 “보좌진 2명에 대한 법적 조치를 언급한 것은 분명한 사실인데, 거짓말했다. 검증 방해, 국민 기만행위”(조은희 의원)라고 비판했다. 이날 국민의힘 여가위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제보자에게) 법적 조치 운운하며 색출과 보복이 이뤄지는 것이 과연 약자를 위한 정당이냐”며 “메시지를 보내놓고 발뺌한 것은 명백한 위증”이라고 했다.

국민의힘 최형두 간사(왼쪽) 등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야당 의원들이 14일 오전 열린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 개회 전 ‘최민희 독재 OUT! 이재명은 협치하라’고 적힌 노트북 피켓을 떼려는 국회 경위와 실랑이를 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여러 후보자가 위법 및 도덕성 논란에 휩싸인 가운데 이날 열린 청문회 4건 중 3건이 증인 없이 진행됐다. 배경훈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와 정동영 통일부 장관 후보자, 전재수 해양수산부 장관 후보자 청문회가 마지막까지 증인 0명으로 마무리됐다. 강 후보자 청문회에는 증인 2명 중 한 명만 나왔다.

이날 오전 배 후보자 청문회도 시작과 동시에 파행됐다. 민주당이 ‘방송3법’(방송법·방송문화진흥회법·한국교육방송공사법 개정안)을 강행 처리한 데 대한 반발 의미로 국민의힘이 ‘최민희 독재 OUT’이란 손팻말을 들고 나왔다.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국회법상 질서유지권을 발동한다”며 개의 없이 산회를 선포했다. 청문회는 소동 끝에 겨우 다시 시작됐다.

과반 의석(167석)의 민주당은 야당과의 합의 없이도 청문보고서를 채택할 수 있다. 김병기 민주당 원내대표 겸 대표 대행은 이날 오전 “내각의 조속한 완성을 지원하고 국정 안정을 뒷받침하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대표 경선 후보인 정청래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이런 인청내란을 저지르니 지지율이 그 모양”이라며 “곧 위헌정당 해산 심판을 받을 것이다. 국힘 OUT”이라고 적었다.





심새롬.남수현.조수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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