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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으면 지역화폐 준다"…홈피 다운시킨 경기도 독서포인트

중앙일보

2025.07.14 13:00 2025.07.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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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 수원시 경기대 후문에 있는 독립서점 여름서가는 북클럽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최모란 기자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 후문에 있는 독립 서점 ‘여름서가’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유명한 곳이다. 수원시에서 가장 규모가 큰 북클럽을 운영해서다. 2022년 문을 연 이래 매주 2~3차례 ▶책 한 권 다 읽기 ▶독서 습관 기르기 ▶번역하기 ▶지정도서 읽고 대화하기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학생부터 직장인 등 프로그램 참여자 수가 매달 100여 명에 이른다. 지난해엔『구의 증명』『팽이』 등을 쓴 최진영 작가와 장편 소설 『카스트라토』를 출간한 범죄심리학자 표창원씨 등 유명 작가 20명을 초청해 북토크를 열었다. 회원들과 서울국제도서전, 군산 북페어 등을 찾아가고 도서관과 협업해 책을 대여하는 활동도 한다.

여름서가는 최근 경기도의 독서포인트 사업으로 더 주목받고 있다. 독서활동만 해도 포인트를 적립해 지역화폐로 돌려주기 때문이다. 여름서가 김민식 대표는 “자체적으로도 책을 사거나 프로그램에 참여하면 5~10%를 적립해주는 포인트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 경기도에서도 지역화폐로 전환할 수 있는 포인트를 제공한다고 하니 회원들의 반응이 좋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경기대 후문에 있는 독립서점 여름서가는 북클럽 등 다양한 독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사진은 지난 5월 열린 김동식 작가 북토크 모습. 사진 여름서가 제공

경기도가 시행하는 ‘천권으로 독서포인트제’가 인기다. 시행 첫날인 1일 오전 독서포인트 가입 홈페이지(library.kr/bookpoint)에 최대 2만5000명이 동시 접속하면서 일시 마비됐을 정도다. 14일 경기도에 따르면 경기도 독서포인트 홈페이지는 운영 일주일 만에 가입자 수가 4만3000명을 기록한 데 이어 지난 13일까지 6만3000명을 돌파했다. 홈페이지 내에 만들어진 독서동아리 ‘천권클럽(회원 수 2인 이상)’ 수도 2951개에 이른다. 경기도 관계자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 등 소규모로 구성된 온·오프라인 독서모임도 인증을 받으면 포인트를 쌓을 수 있다 보니 청장년층은 물론 중·고교생들의 참여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도의 천권으로 독서포인트는 도서 구매부터 도서관 대출, 독서일지 작성, 책 리뷰 등록 등 독서활동을 영수증이나 사진 등으로 인증하면 포인트를 주는 사업이다. 도서 구매(월 최대 1권)에 2000포인트, 도서관에서 책을 대출(월 최대 2권)하면 권당 1000포인트를 제공한다. 가입 대상은 14세 이상 경기도민으로 연간 최대 6만 원(2025년 하반기 최대 3만 원)의 포인트를 지급한다. 지급된 포인트는 매달 25일 지역화폐로 돌려준다. 이 지역화폐는 도내 지역 서점 인증을 받은 351개 서점에서 책을 사는 데 사용할 수 있다.
경기도 천권으로 독서포인트제 포스터. 사진 경기도

경기도가 독서포인트제를 도입하는 이유는 저조한 독서율 등으로 문을 닫는 지역 서점이 늘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 국민독서실태조사(2023년 기준)에 따르면 1년 이내에 책(종이책·전자책·오디오북 등 1권 이상)을 읽은 성인은 43%였다. 성인 10명 중 6명은 1년 동안 책을 한 권도 읽지 않은 것이다. 이로 인해 지역·동네 서점은 줄도산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경기지역 한 서점 관계자는 “독자 대부분이 온라인으로 책을 사고, 대형서점을 가지 소규모 동네 서점은 오질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이에 지자체마다 지역서점 활성화 조례를 제정하는 등 대책 마련에 나섰다. 이 대책 중 하나가 독서포인트다. 경기도 외에도 대전시와 전북 완주군, 강원도 화천군 등 일부 지자체가 시행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도서 구매와 도서관 대출 등에만 포인트를 지급하는 다른 지자체의 독서포인트와 달리 경기도는 독서활동 전반 활동에 포인트를 지급한다”고 설명했다.

울산시는 2020년부터 동네 서점에서 구매한 도서를 4주 안에 읽고 울산도서관 및 9개 공공도서관에 내면 구매액 전부를 지역화폐로 돌려받는 ‘책값 돌려주기’ 사업을 추진한다. 부산시와 인천시, 경기 광명·용인·부천시, 충북 청주·제천 등은 도서관에 없는 책을 동네 서점에서 빌리고 반납하는 ‘희망도서 바로 대출’ 서비스를 운영한다.

문제는 예산이다. 경기도 독서포인트제도 홈페이지 가입 인원만 보면 예산(12억원·4만명 대상)을 훌쩍 넘긴 상태다. 경기도는 독서포인트제 예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다. 정책과 관련돼 지급된 지역화폐는 사용 시한이 3~4개월로 정해져 있다는 것도 문제다. 차송지(26)씨는 “1년에 책을 한 두권 사는 사람이 많은데 지역화폐 소비 기간이 너무 짧은 것 같다”고 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교수(사회학과)는 “많은 지자체가 지역 서점을 살리겠다며 책 구매를 유도하는 정책을 펼치는데 그것보단 독자들이 먼저 책을 읽도록 만들어야 한다”며 “북클럽 등 책을 통한 교류 등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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