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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쪽 진술, 경찰이 방관했다…동탄女 모친 "내딸 눈뜨고 죽어"

중앙일보

2025.07.14 13:00 2025.07.14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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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김은진씨의 경찰 신고를 도왔던 유모씨가 은진씨의 사진을 기자에게 보여주고 있다. 백일현 기자
1화. 처절한 딸의 100쪽 진술서, 경찰은 무시했다

“이OO가 부모님을 찾아가 죽일까봐 두렵고 제게도 찾아올 것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처벌 의사가 있습니다. (고(故) 김은진, 지난 3월 3일 경찰서에서 쓴 피해자 진술조서 일부)”

애틋한 딸이었다. 집안 형편이 안 좋던 고교 졸업 즈음엔 방학 때 고깃집 알바로 번 돈 10만원을 엄마에게 건넸다. 스튜어디스가 되려고 항공과에 진학했지만 선배들에게 폭행당한 뒤 그만두고 사회에 뛰어들었다. 식당, 샌드위치 전문점, 예식장에서 일하고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땄다. 동생에겐 더 좋은 컴퓨터를 못 사줘 미안해하는 누이였다.

그렇게 33년을 살아온 딸이, 싸늘한 주검으로 돌아왔다.

“은진이는 눈을 뜨고 죽었더라고요. 몸이 너무 많이 훼손돼 (장례 전) 싹 씻겨가지고 다듬었다는데도…. (칼에) 찔린 자국이 너무 많이 있더라고요.”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시 자택 인근에서 만난 임모(58)씨는 눈시울이 붉어진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겨우 이어갔다. 지난 5월 12일 화성 동탄신도시 아파트 단지에서 전 연인이던 남성 이모(34)씨에게 스토킹 당하다 피살된 고(故) 김은진(33)씨의 어머니다. 스토커이자 살인범 이씨는 은진씨를 살해한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임씨는 딸이 당한 일을 진솔하게 알리고 억울함을 풀어주고 싶다며 앞서 실명과 사진을 공개했다.)

지난 8일 경기도 용인의 한 사무실에서 동탄 스토킹 피해자 사망사건 유가족이 중앙일보 취재진과 만나고 있다. 김민상 기자

사건 이후 ‘동탄 스토킹 살해 참극 못 막은 경찰’이란 비판적 보도가 이어졌다. 은진씨가 폭력과 협박, 스토킹 등 반복적인 피해를 호소하며 가해자의 구속 수사를 요청했지만, 부실하게 대응한 경찰을 질타했다.

유족은 당시 수사하고 출동했던 경찰들을 형사처벌하는 게 가능한지 법적 자문을 받고 있다. 은진씨가 경찰에 제출했던 100쪽 진술서와 고소장 등 600여 쪽의 문건을 꼼꼼히 읽고, 경찰들과 대화한 내용이 담긴 수백분 분량의 녹취를 들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은진씨 피살 이후 ‘대구 스토킹 살해’ 등 유사한 범죄가 발생한 데서 보듯, 방관한 경찰을 그대로 두면 ‘제2의 은진’은 계속 나올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다. 은진씨의 억울한 죽음을 세상에 알려 경찰을 바꾸려는 이유다.

‘이것이 팩트다(이팩트)’ 취재팀은 여성 상대 스토킹 범죄가 갈수록 악랄해지고 있어 사회적 경각심을 환기하고자 한다. 이를 드러내는 가장 상징적인 사건으로 최근 벌어진 동탄 스토킹 범죄를 파헤쳤다. 은진씨 유족은 취지에 공감하고 인터뷰에 흔쾌히 응했다.

취재팀은 김씨가 남긴 녹취를 풀고 기록을 면밀히 검토했다. 은진씨가 7년간 이어졌던 가해자와의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2023년 말부터 어렵게 시작한 녹취였다. 스토킹 범죄와 교제 폭력에 대한 대한민국 경찰의 부조리한 대응을 증언하는 생생한 기록이었다.

지난 5월 28일 강은미 경기 화성동탄경찰서장이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제2회의실에서 '동탄 납치살인' 사건에 대해 공식 사과 입장을 밝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중앙포토

경찰이 은진씨 사망 39일 전 어떤 말로 스마트워치를 반납하라고 하고 안전조치 종료를 예고했었는지, 사망 10일 전과 4일 전 은진씨가 위협 메일이 왔다며 수사 진전이 왜 안 되는지 묻고 불안함을 호소할 때 경찰이 어떻게 답변했는지도 확인했다.

무슨 일이 있었나. 이를 알기 위해선 은진씨가 처했던 상황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은진씨의 어머니 임씨, 동생 김모(28)씨, 은진씨 은신을 도왔던 유모(42)씨에게 은진씨를 살릴 수 있었던 ‘골든타임’인 세 번의 경찰 신고 전후 있었던 정황을 물었다. 먼저, 어머니의 증언이다.

Q. 4년 전부터 고문에 가까운 폭력에 시달렸는데, 그 사실을 몰랐나.

A. 딸은 ‘일 때문에 담이 걸려서’ 등이 아파 정형외과에 간다고 했다. 이빨은 ‘넘어지고 어디 부딪쳐’ 깨졌다고 했다. 집에 오면 힘들다는 내색 안 하고 항상 밝아서 그런 줄로만 알았다.


※ 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실 수 있습니다.
100쪽 진술, 경찰이 방관했다…동탄女 모친 “내딸 눈뜨고 죽어” ①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35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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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일현.김민상.박성훈([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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