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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비비 0원인데 소비쿠폰 재원 어디서 마련하나"…지자체 골머리

중앙일보

2025.07.14 13:00 2025.07.14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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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이 11일 서울 광화문 인근 한식당에서 '민생회복 소비쿠폰' 지급을 앞두고 내수 경기 활성화를 위해 '대통령과 외식합니다' 행사를 진행 중이다. [연합뉴스]
“소비쿠폰 예산을 마련하느라 자치구 자체 사업을 모두 중단할 판입니다.”

서울시 한 구청장의 하소연이다. 이재명 정부가 지급하는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 시점이 21일로 다가온 가운데 자치단체가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가 호언장담하고 자치구가 뒷감당”
자치구별 민생회복 소비쿠폰 분담액. 그래픽=박경민 기자
중앙일보는 전 국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서울 25개 자치구가 마련해야 할 재원 규모를 입수했다(표 참조). 서울시와 25개 자치구에 따르면 서울시민에게 민생회복 소비쿠폰을 지급하기 위해 필요한 예산은 2조3177억원이다. 정부가 75%를 부담하고, 나머지 5794억2500만원은서울시·자치구가 재원을 마련해야 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일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과정에서 서울시가 가용한 재원은 모두 사용한 상황이라 자치구와 비용 분담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아직 어떻게 재원을 확보할지 결정한 건 없지만, 기존 사업의 규모를 조정해서 비용을 축소할 수 있는 사업을 발굴하고 지방채도 발행하는 방안 등 모든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예비비 0 노원구 “하늘 무너지는 느낌”
서울의 한 전통시장을 찾은 시민들이 점포를 둘러보고 있다.   경기 진작을 위한 이재명 정부의 첫 민생회복 소비쿠폰 신청과 지급이 이달 21일부터 시작한다. [연합뉴스]
자치구도 골머리를 앓고 있다. 자치구 중 가장 많은 재원을 분담하는 자치단체는 송파구로 160억원이다. 이어 강남구(144억원), 강서구(142억원), 관악구(135억원), 노원구(131억원) 등 13개 자치구가 각각 100억원 이상을 마련해야 한다. 인구가 상대적으로 적은 중구(31억원)나 종로구(40억원)도 최소 30억원 이상 필요한 상황이다.

일부 자치구는 “생색은 정부가 내고 비용은 지자체가 덤터기쓰고 있다”며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일부 자치구는 주요 사업을 미루는 방식으로 재원을 마련하고 있다. 이기재 양천구청장은 “중앙정부가 선심 쓰듯이 소비쿠폰을 지급한다고 호언장담해놓고, 막상 재원 부담은 전가하는 바람에 살림살이가 빠듯한 자치구가 뒷감당하는 구조”라며 “지방정부가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구조가 유감스럽다”고 비판했다.

양천구는 소비쿠폰 마련에 필요한 108억원의 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에서 빼서 사용할 계획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회계·기금 운용상 여유재원·예치금을 통합 관리하기 위해 설치할 수 있는 일종의 ‘비상금’이다.

기금조차 부족한 자치구도 있다. 노원구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이 고갈된 상태다. 노원구 관계자는 “노원구는 인구가 많아 소비쿠폰 예산도 비교적 큰 편이라 타격이 크다”며 “현재 예비비가 0원이라 뾰족한 재원 마련 방안이 없어 서울시에 시비로 재원 100%(131억원)를 지원해달라고 요청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오승록 노원구청장은 “정부가 구청은 지방채도 사실상 발행하지 못하게 해서 131억원을 마련할 방도가 없다”며 “엄살이 아니고 진짜 돈이 없어서 막막하다. 하늘이 무너지는 느낌”이라고 말했다.



문희철([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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