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 맞서지 않는 민주당을 향해 쓴소리를 했다. 퇴임 후에도 진보층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오바마 전 대통령이 민주당의 무기력함을 지적하며 자성을 촉구한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오바마 전 대통령은 최근 뉴저지주에서 열린 민주당 전국위원회 비공개 모금 행사에서 "민주당은 자기 연민과 불평, 유아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강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내가 대통령이었을 때 진보적·자유주의적인 신념을 가졌다고 말하던 사람들이 지금은 겁먹고 주눅 들어 자신의 신념조차 당당히 말하지 못하고 있는 모습에 놀랐다"고 했다. 그의 발언은 민주당 일부 인사들이 강력한 권력을 행사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보복 등이 두려워 침묵하고 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오바마는 민주당에 '자기희생'을 강조하기 위해 남아프리카공화국 민주화의 상징인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의 수감 생활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에) 그 정도의 용기를 요구하는 건 아니다"고 했다.
오바마는 민주당 성향의 법조계도 비판했다. 그는 "일부 로펌들은 법보다 이익을 우선시해 트럼프의 위법적 행동에 침묵했다"고 지적했다. 이는 진보 성향의 엘리트층에 대한 경고로 해석된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또 그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이 꾸준히 이룩해온 진보적 가치가 후퇴할 위험에 처해 있다"며 "우린 이를 지켜내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다.
오바마는 민주당원들을 향한 당부도 했다. "'나는 민주당원인데 요즘 좀 실망했기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말하지 말라. 바로 지금이 여러분이 뭔가를 해야 할 때"라며 "지금 필요한 건 용기"라고 말했다.
CNN은 "민주당이 트럼프 집권 2기를 맞아 나아갈 길을 모색하는 상황에서 오바마의 이런 메시지가 나왔다"며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 지지층 일각에선 민주당에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강력한 대응을 주문하고 있다.
그러나 NYT는 오바마의 이번 발언과 관련 "자기반성은 없다"고 지적했다. 매체는 "사실 오바마는 지금까지 트럼프에 맞서 싸우는 최전선에 나선 적이 거의 없고, 트럼프 행정부의 조치에 반대하는 공개 성명을 낸 적도 드물며 올해 반트럼프 집회나 행사에도 등장한 적이 없다"고 짚었다.
이어 "오바마는 퇴임 이후 대부분의 시간을 영화나 다큐멘터리, 팟캐스트 제작에 할애했으며 하와이 해변에 저택을 짓고, 골프를 쳤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