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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산 토마토ㆍ브라질산 오렌지주스 가격 폭등 예고…트럼프발 관세에 美 식탁물가 흔들

중앙일보

2025.07.14 2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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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관세 정책의 고삐를 바짝 조이면서 미국의 식탁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올해 1월 31일(현지시간) 멕시코 할리스코주 과달라하라의 센트럴 데 아바스토스 시장에서 한 농부가 판매할 최고의 토마토를 고르고 있다. AFP=연합뉴스

미 상무부는 14일(현지시간)부터 멕시코산 토마토에 대해 17%의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996년부터 5차례에 걸쳐 연장해온 토마토 관세 유예 협정이 30년 만에 철회된 데 따른 것이다.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2일 멕시코에 다음달 1일부터 30%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한지 이틀 만에 나온 조치다.

하워트 러트닉 상무장관은 성명에서 “멕시코는 여전히 가장 강력한 동맹국 중 하나지만 너무 오랫동안 우리 농민들이 멕시코의 불공정한 무역 관행에 짓눌려왔다”며 “오늘부로 그것은 끝”이라고 밝혔다.

세계은행 자료에 따르면 2023년 기준 미국은 총 28억 달러(약3조8000억원) 상당의 멕시코산 토마토를 수입했다. 이는 전체 토마토 수입의 85%를 차지한다. 이에 30년 만에 되살아난 관세가 토마토의 가격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티머시 리처즈 애리조나주립대 농업경제학 교수는 이날 CNN에 “토마토 가격이 약 10% 상승하고 수요는 5% 감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CNN은 “미국의 식료품점은 물론 피자가게, 식당 등 토마토를 사용하는 모든 곳에서 가격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일부 소규모 사업체는 가격 상승을 감당하지 못하고 폐업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전망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4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 집무실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하는 계획을 발표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멕시코 정부는 미 상무부 발표에 대해 “멕시코 토마토 생산자들이 지난 90일 동안 미국 측과 협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건설적인 제안을 여러 차례 제시했지만, 미국에 매우 유리한 조건조차 정치적 이유로 수용되지 않았다”며 “관세는 불공정한 조처”라고 반발했다.

브라질산 오렌지 주스 가격 상승세도 심상치 않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14일 기준 오렌지주스 농축액의 선물 가격은 파운드(약453g)당 3.14 달러(약4300억원)를 기록하며 지난 3월 6일 이후 4개월만에 최고치로 치솟았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9일 브라질에 50%의 관세를 매기겠다고 밝힌 이후 공급 차질 우려가 커지면서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농무부에 따르면 브라질은 미국의 최대 오렌지주스 수출국으로 지난해 수출 규모는 약 10억 달러(약1조3000억원)에 달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최근 몇년간 플로리다산 오렌지 수확량이 감소하면서 오렌지주스 선물 가격은 지난해 12월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며 “올해 플로리다의 수확량이 회복되고 브라질산 공급이 뒷받침되며 하락 추세지만 50%의 관세 부과 위협이 오렌지주스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14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 항구에 정착한 컨테이너선. EPA=연합뉴스

한편 이날 CNBC 보도에 따르면 미 서부 최대 항구인 로스앤젤레스(LA)항구의 물동량이 역대 6월 기준 최대치를 기록했다. 지난 한 달 LA항에서 처리된 컨테이너수(TEU)는 89만2000여개로 5월 대비 32% 급증했다. 수입업체들이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부과 시점으로 예고한 8월 1일 이전에 필요한 물량을 들여오기 위해 서두르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다만 진 세로카 LA항만청장은 CNBC에 “8월이 되면 새로운 관세 부과로 인해 수입 비용이 증가하고 물동량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관세 일정이 계속 바뀌면 물동량도 따라 변하고, 항만 운영에 불확실성만 커진다”고 말했다.



위문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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