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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 문턱 필리핀 청년 살려낸, 韓 의료진...현지서 첫 생체 간이식 성공

중앙일보

2025.07.14 23:00 2025.07.14 2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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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사진부터 프란츠 아렌 바바오 레예즈씨,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은 모자의 가족들이 한국 의료진에게 감사함을 전하기 위해 마카티병원에 찾아왔다. 왼쪽 두 번째가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교수
난치성 희귀질환으로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던 23세 필리핀 청년이 한국 의료진의 수술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지난달 18일 필리핀 마카티병원에서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을 앓고 있는 프란츠 아렌 바바오레예즈(23)에게 어머니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시행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와 공여자인 어머니는 수술 후 건강을 되찾아 최근 퇴원했다.

프란츠 아렌 바바오레예즈는 약 4년 전부터 담도염을 앓아왔고 최근에는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만성적인 담관 염증으로 인해 간 기능이 저하되고 전신 상태도 나빠져 보존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집도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안철수ㆍ김상훈 교수는 병든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공여자인 어머니 마리아 로레나 멘도자바바오(50)씨는 과거 복부 총상으로 세 차례의 복부 수술을 받아 복강 내 심한 유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는 현지 의료진과 함께 공여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복강경 수술 대신 개복 간절제술로 간 일부를 무사히 절제해냈다.


환자의 담관에 염증과 협착이 광범위하게 퍼져 있어서다. 안철수ㆍ김상훈 교수는 병든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해야 했다. 담관을 제거한 상태라 담관-담관 문합(연결)이 불가능한 상태였기 때문에 이식한 간의 담관과 공장(소장의 일부) 문합을 통한 간이식을 시도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간이식ㆍ간담도외과 김기훈ㆍ안철수ㆍ김상훈 교수, 마취통증의학과 송준걸ㆍ권혜미 교수, 수술간호팀)이 지난 달 18일 필리핀 마카티병원에서 생체 간이식 수술을 성공하고 필리핀 현지 의료진과 함께 수술실 앞에서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과 필리핀 마카티병원의 인연은 2023년 의학적 상호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한 차례도 간이식 수술을 시행해본 적 없던 필리핀 마카티병원은 생체 간이식 분야 세계 최고 기관인 서울아산병원에 의료진 교류, 교육 지원 등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은 필리핀의 전반적인 의료 수준 향상을 위해 생체 간이식 전수를 결정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필리핀 마카티병원 의료진 9명을 초청해 우수한 진료 및 수술 시스템을 경험하고 간이식 전 과정을 연수받을 수 있도록 지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기훈 교수가 필리핀 마카티병원의 ‘간담도 수술 및 간이식’ 세미나에 초청받아 직접 강연을 진행하며 간이식ㆍ간담도 분야에서 축적해 온 노하우를 전수했다.

환자 프란츠 아렌 바바오레예즈는 "멀리서 찾아와 새 생명을 선사해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기훈 서울아산병원 간이식ㆍ간담도외과 교수는 “기증자인 어머니의 복부 수술 병력으로 인해 수술 난이도가 높은 편이었으나 가족의 헌신에 의료진으로서 반드시 응답해야 한다는 사명감으로 수술에 임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수술은 현지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라며 "앞으로 필리핀 마카티병원에 간이식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선진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체계적으로 제공하고 부족한 수술 장비를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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