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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멋쟁해병' 멤버 "이종호에 조병노 진급 청탁했다" 특검 진술

중앙일보

2025.07.14 23:59 2025.07.15 0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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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현 순직해병 특별검사(가운데)와 류관석(왼쪽)·정민영 특검보. 김경록 기자

해병대 예비역 카카오톡 단체대화방 ‘멋쟁해병’ 참가자인 최모 경찰관(경위)이 최근 순직해병 특별검사팀에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에게 조병노 경무관의 진급을 청탁했다”고 진술한 것으로 파악됐다. 조 경무관은 인천세관 마약 밀수 사건 은폐 의혹과 관련 검경·국세청 등의 합동수사를 받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에서도 김 여사 관련 의혹 중 하나로 보고 합동수사팀 수사 진행 상황을 지켜보며 이첩 요구 시기를 검토하고 있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종호 전 대표의 임성근 해병대 1시단장 구명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특검팀은 지난 11일 최 경위를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오전 9시부터 다음 날 오전 3시까지 18시간 동안 조사했다. 이 과정에서 최 경위는 이 전 대표와 김 여사의 친분을 처음 인지한 때로 2023년 5월 멋쟁해병 식사자리를 꼽았다. 당시 이 자리에는 최 경위를 포함해 이 전 대표, 경호처 출신 송호종씨, 김규현 변호사 등 4명이 함께했다. 멋쟁해병 인원 5명 중 사업가 최모씨를 제외한 4명이 모였던 셈이다. 이 중 김 변호사는 2024년 6월 이 전 대표를 통한 임 전 사단장 구명로비 의혹을 언론에 처음 제보한 인물이다.

이종호 전 블랙펄인베스트 대표가 지난해 9월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2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연합뉴스

최 경위는 김 변호사가 2023년 초 이미 이 전 대표와 김 여사의 친분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주장했다. 최 경위는 특검팀에 “식사자리에서 김 변호사가 먼저 이 전 대표에게 ‘요즘도 여사와 계속 연락하시죠?’라고 묻는 걸 들었다”며 “이 전 대표가 김 여사와 친분이 있다는 걸 그때 처음 알았다”고 말했다. 2023년 7월 채 해병 사망사건이 발생하고 구명 로비 의혹이 불거지기 두 달 전, 멋쟁해병 참가자들이 이 전 대표의 영향력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는 정황이 나온 셈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또 ‘김 변호사·최 경위’의 통화 녹취록을 제시하면서 최 경위가 조병노 경무관의 진급을 이 전 대표에게 부탁했는지도 추궁했다. 조 경무관은 2022년 8월부터 2023년 10월까지 서울경찰청 생활안전부장으로 근무했는데 최 경위는 당시 그의 부속실장이었다. 조 경무관이 서울청으로 오기 전 인천경찰청 인천국제공항경찰단에서도 두 사람은 근무 연이 있었다.

최 경위는 특검팀에 “식사 자리 후 몇 달 뒤 이 전 대표에게 조 경무관의 진급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다”고 진술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내심 기대 반, 의심 반으로 인사 청탁이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았다”고도 했다. 앞서 최 경위는 지난해 10월 국회 행정안전위 국정감사에서 “(멋쟁해병) 송호종씨에게 조병노 경무관에 대한 인사 청탁을 한 적이 있느냐”는 이해식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없다”면서도 “조 경무관이 승진에서 여러 번 떨어졌고 마음이 아파 송씨에게 심경토로를 한 적은 있다”고 말했다.

최 경위의 이러한 요청이 실제 조 경무관의 승진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특검팀은 최 경위의 진술을 바탕으로 이 전 대표와 멋쟁해병 참가자들 간 또 다른 인사 청탁이 이뤄졌는지, 사건의 정점인 김 여사와 실제 관련이 있는지를 규명하겠단 방침이다.

한편 조 경무관은 김건희 특검팀, 검경 합동수사팀의 수사선상에도 올랐다. 관세청 사무관 출신인 그는 2023년 10월 ‘인천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 사건 수사’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백해룡 당시 영등포경찰서 형사 2과장에게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를 요청하는 등 외압을 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현재 이 사건은 대검찰청이 검경, 국세청, 금융정보분석원(FIU) 등으로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 관계자는 지난달 27일 “전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로부터 특검법상 수사 대상인 임성근, 조병노 등에 대한 구명로비 사건 관련 자료를 이첩받았다”고 밝혔다. ‘연결고리’로 의심받는 이 전 대표가 양 특검팀의 중복 수사를 받는단 지적이 나오자 순직해병 특검팀 정민영 특별검사보는 “구체적으로 협의가 필요하면 그때 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수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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