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의 대표적인 내부고발자인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이 검·경의 내부고발자인 박정훈 해병대 수사단장(대령)과 백해룡 전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경정)을 만난다. 검찰 등에 따르면 임 지검장은 17일 오후 박 대령과 백 경정을 동부지검 청사로 초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17일 만남은 같은 내부고발자로서 연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로 해석된다. 임 지검장은 그간 박 대령과 백 경정에 대한 유대감을 표해왔다. 지난 4일 동부지검 첫 출근길에서 임 지검장은 박 대령과 백 경정에 대해 “내부 고발자의 애환, 의심, 불안을 잘 알고 있어서 챙겨볼 수 있으면 최대한 챙겨볼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령은 순직해병 사건 초동 조사 결과를 상부의 지시에 따라 바꾸지 않은 혐의(항명)로 군사재판에 넘겨졌지만, 지난 9일 해병 특검의 항소 취하로 무죄가 확정됐다. 백 경정은 2023년 10월 ‘인천세관 직원들의 마약밀수 연루 의혹 사건 수사’ 언론 브리핑을 앞두고 관세청 관련 문구 삭제 요청 등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했다. 이후 서울 화곡지구대장으로 좌천성 발령을 받았다. 백 경정 사건은 대검찰청이 실체 규명을 위해 동부지검 청사에 합동수사팀을 꾸려 수사 중이다.
임 지검장의 내부고발자 초청은 검찰 내부 논란으로도 번졌다. 김석순 의정부지검 검사(47·변시1회)는 이날 “검사장으로서 적절치 않은 처신을 넘어서, 해서는 안 될 일”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해병대 수사단장과 화곡지구대장으로 서울동부지검과 업무 연관성이 없다”는 이유다. 김 검사는 “좋은 뜻인 줄은 알겠지만, 국가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일과 해서는 안 될 일을 구분해야 한다”며 “저는 근무시간 중에 제 친구를 만나지 않고, 업무 연관성이 없는 사람을 만나는 것은 매점 사장님밖에 없다. 후배들이 보고 배울까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임 지검장은 김 검사 지적에 직접 댓글을 달아 반박했다. “서울동부지검이 직접 수사하지 않지만, 청사에 사무실이 있는 (인천세관 사건) 대검 합수단 분들과 인사를 나누며 수사가 진척될 수 있도록 도와드리겠다고 약속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동부지검 청사에 합수단 사무실이 있기에 업무와 완전 무관하지는 않다는 취지다. 임 지검장은 그러면서 “백 경정 혼자 오는 것보다는 박 대령이 같이 오면 좀 더 든든해 마음을 열 수 있을 듯해 같이 오면 좋겠다고 했다. 불신을 풀고 수사가 진척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하는 일이니 오해하지 마시기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