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메이저리그(MLB) 전반기 홈런 선두 칼 랄리(시애틀 매리너스)가 올스타전 홈런 더비도 제패하며 뜨거운 방망이를 입증했다.
랄리는 15일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의 트루이스트파크에서 열린 MLB 올스타 홈런 더비 결승에서 주니오르 카미네로(탬파베이 레이스)를 꺾고 우승했다. 올스타전에 홈런 더비가 열리기 시작한 지난 1985년 이래로 포수가 우승한 건 랄리가 처음이다.
홈런 더비 결승은 2분 또는 공 27개를 던지는 동안 때려낸 홈런을 집계한 뒤 보너스 기회를 추가로 제공해 3아웃(홈런이 되지 않은 타구)이 되기 전까지 기록한 홈런을 더하는 방식으로 진행했다. 보너스 구간에서는 비거리 425피트(129.5m) 이상의 홈런을 기록하면 아웃 카운트 하나를 추가로 줬다.
랄리는 총 18개의 홈런을 때려내 15개에 그친 카미네로를 제쳤다. 랄리가 타석에 설 때 부친(토드 랄리)이 볼을 던져줬고 동생(토드 주니어 랄리)이 포수 역할을 맡았다.
랄리는 8명이 출전해 상위 4명에게 2라운드 출전권을 부여한 1라운드에서 홈런 17개를 기록해 브렌트 루커(애슬레틱스)와 함께 공동 4위를 했다. 홈런 개수가 같을 경우 최장거리 기록을 따라 순위를 정하는 대회 규정에 따라 470.62피트(143.44m)짜리 홈런을 때려낸 랄리가 470.54피트(143.42m)의 로커를 2.4㎝ 차로 제치고 토너먼트 출전권을 거머쥐었다.
스위치히터인 랄리는 초반 8개의 홈런을 왼쪽 타석에서 기록한 뒤 나머지 7개는 오른쪽 타석으로 옮겨 때려냈다. 보너스 구간에선 다시 왼쪽 타석으로 되돌아가 2개를 보탰다. 타석을 옮겨가며 연신 홈런포를 쏘아 올리는 진기명기급 장면에 관중들이 뜨겁게 환호했다.
경기 후 랄리는 MLB닷컴과의 인터뷰에서 “1라운드가 가장 어려웠는데, 엄청난 행운(2.4㎝ 차 4위)이 따라줬다”면서 “1라운드 중에 아버지와 동생에게 ‘오른쪽 타석에서도 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1라운드를 통과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는 생각이었다”고 털어놓았다. 올스타전 홈런 더비에서 양쪽 타석에 모두 선 타자는 지난 2023년 애들리 러치먼에 이어 랄리가 두 번째다. 우승은 랄리가 처음이다.
이후 준결승과 결승을 모두 좌타석에서만 소화한 랄리는 준결승에서 오닐 크루스(피츠버그 파이리츠)를 19-13으로 꺾은 데이어 결승에서도 카미네로를 누르고 우승 트로피와 함께 상금 100만 달러(약 13억8000만원)를 받았다.
랄리는 올 시즌 ‘기록제조기’로 주목 받고 있다. 전반기 94경기에서 타율 0.259로 38홈런과 82타점, OPS(출루율+장타율) 1.010을 기록했다. 홈런과 타점은 MLB 전체 1위, OPS는 애런 저지(뉴욕 양키스·1.195)에 이은 2위다.
특히나 전반기에 기록한 38홈런은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지난해 34개)을 일찌감치 뛰어넘은 것일 뿐만 아니라 배리 본즈가 갖고 있는 MLB 전반기 최다 홈런 기록(39개)과 한 개 차다. 현재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지난 2021년 살바도르 페레스가 세운 포수 단일 시즌 홈런 기록(48개)은 물론, 2022년 저지가 작성한 아메리칸리그(AL) 단일 시즌 홈런 기록(62개)도 뛰어넘을 수 있다.
홈런 더비 우승과 함께 ‘MLB 공인 거포’ 타이틀을 추가한 랄리는 16일 같은 곳에서 열리는 MLB 올스타전에 AL 4번 타자 겸 포수로 선발 출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