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베이징=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정성조 특파원 = 라이칭더 대만 총통이 다음 달 남미 수교국인 파라과이를 방문하면서 미국 뉴욕과 텍사스를 경유할 가능성이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5일 보도했다.
SCMP는 산티아고 페냐 파라과이 대통령이 현지시간으로 14일 라이 총통의 8월 파라과이 방문 계획을 확인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이 신문은 라이 총통의 이번 일정에 중미 수교국인 과테말라와 벨리즈 방문도 포함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만 수교국은 바티칸을 비롯해 파라과이, 과테말라, 벨리즈, 에스와티니, 아이티, 팔라우, 마셜제도, 세인트키츠네비스, 세인트루시아, 세인트빈센트 그레나딘, 투발루 등 12개국이다.
앞서 라이 총통은 작년 11월 30일부터 6박 7일 일정으로 태평양 도서 지역 수교국인 마셜제도·투발루·팔라우를 방문하면서 미국령 하와이와 괌을 찾은 바 있으며, 이에 중국은 대만 주변에서 사실상 포위 훈련으로 대응했다.
중국은 2023년 4월에도 차이잉원 당시 대만 총통이 중미 순방길에 미국에서 케빈 매카시 당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난 것을 빌미 삼아 사흘간 대만 포위 군사 훈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라이 총통이 이번 미국 방문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만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온다.
다만 SCMP는 최근 상대적으로 좋아진 미중 관계가 라이 총통의 미국 중간 기착을 무산시킬 수 있는 변수라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또는 11월 초 한국에서 열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을 열 의지가 있다면 라이 총통의 미국 경유를 불허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중국은 미국과 대만이 어떤 형식으로든 공식 교류하는 것에, 대만 당국 지도자가 어떤 명목·이유로든 미국에 가는 것에, 미국이 어떤 형식으로든 대만 독립 분열 분자와 그 분열 행위를 종용·지지하는 것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린 대변인은 "미국은 대만 문제가 고도로 민감하다는 점을 똑똑히 인식하고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미 3대 공동성명을 지켜야 한다"며 "신중하고 또 신중하게 대만 문제를 처리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파라과이에 대해서도 "우리는 파라과이 정부가 시대 흐름에 역행하거나 대만 독립 세력에 조종·이용당하지 말고 파라과이 인민의 목소리를 경청해 조속히 근본적·장기적 이익에 맞는 올바른 선택을 하기를 권한다"고 경고했다.
천이쥔 대만 외교부 부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우리나라(대만) 우방 정상의 라이 총통 방문 초청은 양국의 우정과 긴밀한 우호를 보여주는 것이고, 고위급의 외부 방문 일정은 외교부의 중점 업무"라며 "그러나 외교부는 현재 정상 외부 방문 관련 정보가 없고, 확실한 일정이 있다면 총통부(대통령실)에서 적시에 대외 공표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