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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표 의상 입고 태극기 휘날릴래요"

중앙일보

2025.07.15 0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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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채연은 어머니가 제작한 새 의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를 인상 깊게 본 뒤로 OST를 꼭 프로그램 배경 곡으로 사용하고 싶었다. 우리나라 역사를 다룬 작품인 만큼, 올림픽 시즌을 맞아 관객에게 깊은 울림을 남길 수 있도록 신경 썼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을 앞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의 김채연(19·경기일반)이 15일 올림픽 시즌 새 프로그램을 공개했다. 쇼트 프로그램 배경음악으로는 프랑스 아티스트 산타의 ‘Quia leDroit?’(누구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가?)를, 프리 스케이팅 배경 음악으로는 6·25전쟁의 비극을 다룬 영화 ‘태극기 휘날리며’ OST(편곡본)를 각각 선택했다.

현재 캐나다에서 전지훈련 중인 김채연은 다음 달 8일 현지 지역대회에 출전할 예정이다. 그는 이번에도 어머니(이정아·54)가 현지에서 제작하는 경기복을 입고 대회에 나갈 예정이다. 손수 경기복을 만드는 것으로 유명한 어머니 이씨는 김채연이 좋아하는 무채색의 심플한 디자인을 구상 중이다. 그는 지난 시즌 ‘엄마표 경기복’을 입고 동계아시안게임(중국 하얼빈)과 사대륙선수권대회(서울)에서 2연속 개인 최고점을 경신하며 우승했다.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김채연은 어머니가 제작한 새 의상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전지훈련을 떠나기 전에 서울 태릉빙상장에서 만난 김채연은 “평소 밤까지 엄마의 재봉틀 소리가 들린다. 엄마표 의상을 입으면 빙판에 함께 있는 기분”이라고 말했다. 어머니 이씨는 “선수용 경기복은 보통 150만~200만원, 외국 유명 디자이너가 만든 건 500만~1000만원”이라며 “의상을 음악에 맞춰야 하니 빌릴 수는 없고, 2017년부터 동대문에서 원단을 사다가 직접 만들었다. 제작에 보름 정도 걸린다. 인건비가 빠지니 30만원도 안 든다”고 설명했다.

의상 디자인을 전공한 이씨는 “처음엔 비즈(장식)를 본드로 붙였다가 (채연이) 피부가 빨갛게 된 적도 있다”고 말했다. 지난 시즌에는 김채연의 키가 작은 편(1m53㎝)이라 다리가 길어 보이게 하려고 스케이트에 긴 부츠처럼 원단을 덧댔다. 국제빙상연맹은 김채연의 경기복을 ‘베스트 의상상’ 후보에 올리며 “선수의 어머니인 이정아씨가 디자인했다”고 소개했다.

김채연이 하얼빈 아시안게임 피겨 여자 싱글 프리스케이팅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뉴스1]
초등학생 시절을 경기 남양주 운길산 자락에서 보낸 김채연은 개구리 등을 잡으러 산과 개울을 뛰어다닌 덕분에 근력과 체력이 좋다. 남보다 뒤늦은 11살에 피겨를 시작했다. 운동하는 데 비용이 많이 들어 그만둘까 하면 새 점프에 성공하거나 태극마크를 달았다. 좀처럼 넘어지지 않고 각종 동작이 깔끔해 별명이 ‘클린 여왕’이다. 2022년 베이징올림픽 남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네이선 첸(26·미국)의 경기 영상을 보며 많이 연구한다.

‘피겨 퀸’ 김연아(34)도 종종 훈련장을 찾아 김채연에게 여러 조언을 해준다. 김채연은 “(연아 언니가) 안무 동작과 표현을 봐준 덕분에 감정선을 더 잘 살릴 수 있게 됐다. ‘다른 선수나 실수는 신경 쓰지 말고 네가 할 것만 하라’는 조언에 나 자신을 믿을 수 있게 됐다. 언니 뒤를 따라가고 싶다”고 말했다.

한국은 지난 3월 피겨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싱글에서 이해인(20·고려대)이 9위, 김채연이 10위를 차지했다. 덕분에 내년 동계올림픽 출전권 2장을 확보했다. 국가대표 선발전은 올해 말 열린다. 김채연은 “2022년 주니어 그랑프리 은메달을 땄던 이탈리아에서 다시 엄마표 의상을 입고 시상대에 서면 울컥할 것 같다”고 말했다.

박린 기자 [email protected]



박린([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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