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선우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와 이진숙 교육부 장관 후보자를 지킬 것이냐를 두고 여권 내부 여론의 균열이 커지고 있다. 15일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린 야권에 맞서 대통령실과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공식적으로 ’낙마 불가’ 입장을 고수했지만, 물밑에서는 당초의 ‘임명 강행’과 사뭇 달라진 기류가 감지된다.
국민의힘은 이날도 강 후보자의 ‘갑질 논란’에 화력을 집중했다. 전날 인사청문회에서 강 후보자가 “논란 속에서 상처받았을 보좌진들께 심심한 사과를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지만, 조은희 의원은 이날 오전 “강 후보자가 직원 임금을 체불해 2020년 11월과 2022년 1월 두 차례 진정을 당했다”며 고용노동부가 제출한 관련 자료를 페이스북에 공개했다. 강 후보자가 개인정보 제공에 뒤늦게 동의하면서 청문회 종료 후 국회에 제출된 자료들이다.
해당 진정들은 당사자의 철회와 근로기준법 적용 대상 제외를 이유로 별다른 조치 없이 종결 처리됐다. 하지만 조 의원은 “임금체불과 그 사실을 숨기려는 후보자가 약자를 보호하는 부처인 여성가족부 장관이 되면 안 된다”며 자진 사퇴를 압박했다. 국민의힘 법률자문위원장인 주진우 의원도 이날 강 후보자를 고용노동부 서울남부지청에 진정했다. 주 의원은 진정서에 “단체 대화방 배제·동료와의 교류 차단 지시 등 조직적 왕따부터 자택 쓰레기 처리, 명품 구매·가구 견적 비교, 대리운전 지시, 비데 수리 및 공항 보호구역 내 짐 운반까지 의원의 지위를 이용한 사적 심부름 지시가 지속적으로 이뤄졌다”고 적었다.
강 후보자의 전날 해명이 일부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국회 보좌진 사회의 술렁임도 커졌다. 국회 직원 인증 사용자 게시판인 ‘여의도 옆 대나무숲’ 페이지에 이날까지 “피해자를 악마화하고 있다”, “자괴감이 든다”는 취지의 게시글이 여러 건 올라왔다. 국회사무처 공무원과 민주당·국민의힘 보좌진 1442명이 모인 ‘국회익명협회’는 지난 11~13일 진행한 자체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559명)의 92%에 해당하는 518명이 강 후보자 낙마에 찬성했다고 이날 밝혔다.
민주당보좌진협의회(민보협) 집행부도 이날 김병기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와 간담회를 가진 뒤 “청문회 과정에서 상당수의 보좌진들이 실망감을 느꼈다”, “수면 위로 드러난 보좌진의 인권과 권익문제는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라는 내용의 공지글을 게시했다. 익명을 원한 민주당 소속 보좌진은 중앙일보에 “어제 청문회로 해소된 의혹은 없고 사과에서도 진정성을 찾아보기 힘들었다”며 “강 후보자 본인 영달을 위해 이재명 정권 1기 내각에 굳이 스크래치(상처)를 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말했다.
국민의힘은 이진숙 후보자에 대한 공세도 멈추지 않았다. 정성국 의원은 이날 이 후보자가 2009년 4월 LED조명 관련 논문을 발표하면서 두달 전 발표된 제자 논문을 사실상 똑같이 베꼈다는 추가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정 의원에 따르면 이 후보자는 한국연구재단으로부터 3억5000만원가량을 지원 받아 해당 연구를 진행했는데,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제자의 이름을 공동 저자에 올리기도 했다.
두 사람이 부적격이라는 여론은 진보 진영 내부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권영국 민주노동당 대표는 지난 14일 오후 강 후보자의 자진 사퇴를 촉구하는 페이스북 글을 올렸다. 권 대표는 “강 후보자가 (청문회 서면 답변에서) 비동의강간죄, 포괄적 성교육, 차별금지법 등 젠더 분야 주요 정책 의제에 대해 모두 유보적 입장을 밝혔다”며 “여성 의제를 나중으로 미루는 여성가족부 장관을 용납할 수 없다”고 적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이진숙 후보자의 자진사퇴와 이재명 대통령의 지명 철회를 요구했다. 전교조는 “이 후보자가 과거 제자 논문을 표절해 연구 윤리를 심각하게 위반했다”고 성토하고 이 후보자의 차녀가 중학교 3학년 1학기만 마치고 미국 유학을 간 것에 대해서도 “현행 초·중등교육법 하위 법령 위반으로, 자녀에게 특권을 부여한 것”이라고 비판판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도 “교육부 장관으로서의 자격을 스스로 부정하는 행위”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무조건 방어’를 다짐해 온 여당 지도부 차원의 전략이 이제 와 자충수로 귀결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민주당 지도부는 이날도 “후보자가 나름 소상하게 설명했다”(박상혁 원내소통수석), “진정성은 충분히 전달됐다”(김현정 원내대변인)는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일각에선 “청문회장에서 ‘거짓 해명’으로 일관하다 사태를 악화시켰다”(전직 의원)는 시각이 확산 중이다.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 대해 “일단 저희가 주의 깊게 들여다보고, 소명 여부와 그것의 설득력 여부도 주의 깊게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3일 “본인 소명을 지켜보고 판단하겠다”고 했던 것에 비해 한층 신중해진 표현이다. 또 다른 대통령실 관계자는 “인사청문회가 진행 중이기 때문에 의혹과 해명을 함께 봐야하는 상황”이라며 “최종적으론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