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볼 때 휴전 글쎄…관세도 상징적인 수준"
볼턴 "보여주기 조치일 뿐 노벨상 어림없다" 냉소
트럼프 대러시아 매파 돌변에 '쇼맨십일 수도' 뒷말
"푸틴 볼 때 휴전 글쎄…관세도 상징적인 수준"
볼턴 "보여주기 조치일 뿐 노벨상 어림없다" 냉소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러시아에 대한 매파로 돌변하자 단순한 쇼맨십으로 막을 내리는 게 아니냐는 뒷말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맞서 싸우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격 무기 지원, 러시아와 그 무역 상대국들에 대한 고율관세 제재를 거론했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는 카드냐는 의문이 골자다.
14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강경 발언과 그가 제시한 계획의 핵심 세부 사항이 불분명하거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백악관 회담 자리에서 나토를 통한 미국산 무기의 우크라이나 지원 계획을 밝혔다.
그는 "우리는 그들(나토)에게 다양한 종류의 무기를 대량으로 공급할 것이며, 그들은 해당 무기를 즉시 전장, 다양한 전선에 전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는 패트리엇 방공 미사일 시스템도 추가로 포함되며,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을 제공한 뒤 미국으로부터 대체품을 받을 "몇 개의 국가가 있다"라고 말했다.
이 국가들이 어딘지는 공개하지 않았다. 덴마크와 네덜란드 등에서 긍정적인 반응을 내놓기는 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우크라이나 대한 무기 지원이 실제로 이뤄지더라도 러시아가 휴전 협상에 끌려나올지에 대한 회의적인 의견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국방우선순위'(Defense Priorities)의 제니퍼 캐버노 선임연구원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가 전장에서 유리한 상태이며 미국이나 유럽이 자신을 압박하거나 유의미한 비용을 부과하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고 주장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추가 지원이 군사적 균형을 크게 변화시키지 않을 것이며 푸틴은 추가 제재의 비용을 견딜 준비가 돼 있다"라며 우크라이나를 무기한으로 무장시키려는 미국의 전략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라고 부연했다.
러시아가 평화 합의를 서두르지 않으면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경고도 실현 가능성이 작다고 NYT는 지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뤼터 사무총장과의 회담 자리에서 "50일 이내에 (우크라이나 전쟁을 끝내는)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러시아에) 매우 혹독한 (관세를 부과하고,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는) 2차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며 관세율이 100% 정도가 될 것이라고도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러시아산 수입품에 대한 관세가 러시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기준으로 미국의 대러시아 수입은 30억달러(4조1천억원)에 그쳤는데, 이는 대부분 비료, 철강, 원자로용 우라늄 등 필수재였다. 같은 기간 미국의 대러시아 수출은 5억달러(6천800억원)에 불과했다.
러시아와 거래하는 국가에 2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계획은 러시아에 대한 직접 관세보다 러시아 경제에 큰 여파를 몰고 올 수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이어진 서방의 강력한 제재에도 러시아는 중국과 인도에 석유 등 에너지를 수출해왔고, 이 두 국가는 러시아산 에너지를 수입하며 매년 수백억달러를 러시아에 지불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과 유럽연합(EU) 등 미국의 동맹국들도 러시아와 상당한 거래를 하는 데다, 러시아 에너지 수출이 급격히 감소하면 국제 유가가 상승해 미국 내 인플레이션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방안도 효과가 없을 것이라는 예상이 가능하다.
존 볼턴 전 미국국가안보보좌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러시아 입장 변화가 정책이라고 볼 수 없는 즉흥적인 변덕의 결과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날 뉴스위크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수행이 "거래적이며, 단편적이고, 임시적이며 그가 어떻게 보이는지에 관한 것뿐"이라며 "저 사람은 장기적인 비전 없이 그날그날 통치한다"고 말했다.
볼턴 전 보좌관은 트럼프 행정부 1기에서 안보 정책의 핵심이었지만 2019년 트럼프 대통령과 충돌하면서 물러났고, 지금은 트럼프 대통령의 대표적인 비판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볼턴 전 보좌관은 또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지그재그인 태도를 보이다가 이제 모스크바를 겨냥할 수 있는 공격 무기를 공급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다"라며 "그런 관점에서 보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에 (휴전) 협상이 타결될 가능성이 크지 않아 보이며,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는 일도 없을 것"이라고 냉소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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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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