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 고도화로 소비자가 불편해하는 부분을 더욱 빠르고 정교하게 찾아낼 수 있게 됐다. 작은 스타트업도 생성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시장을 파괴하는 ‘디커플러(decoupler)’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마케팅 전략 전문가로 유명한 탈레스 S. 테이셰이라 미국 샌디에이고 주립대 교수는 지난 3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글로벌 경기 침체 속 기업의 성공 조건으로 생성AI를 꼽았다. AI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해외 시장을 겨냥한 국내 기업들도 더 많은 기회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마케팅 전략 회사를 운영하며 넷플릭스, 혼다, 삼성생명 등을 컨설팅했던 그는 이달 초 LG전자, 세라젬을 만나기 위해 방한했다.
경영 전략서 『디커플링』으로 유명한 테이셰이라 교수는 혁신 기업의 공통점이 ‘디커플링’이라고 말한다. 그가 2019년 하버드 경영대학원(MBA) 교수 재직 시절, 넷플릭스, 아마존, 우버 등 시장 판도를 바꾼 신흥 기업들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다. 기존 대기업과 소비자 사이 약한 고리를 찾아내 이를 끊어내는 디커플링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제시할 수 있다는 것.
테이셰이라 교수는 팬데믹 이후 경영 환경에 가장 큰 변화를 가져온 기술로 AI를 꼽았다. 생성AI를 통해 고객 데이터를 정밀하고 수집하고 이를 분석할 수 있게 돼 디커플링 전략을 효과적으로 수립할 수 있게 됐다는 말이다. 그는 “소비자의 가치 사슬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찾고 이에 대응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를 위해 많은 스타트업들이 생성AI를 활용하고 있다”며 “보다 쉽고 정확하게 고객 행동과 경험을 분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국내 기업 중 세라젬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에 대해 고객 중심의 경험을 제시했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특정한 장소를 방문하지 않고도 고객이 가정에서 의료기기를 활용해 개인에게 맞는 맞춤형 케어를 선택해 경험할 수 있게 했다는 것이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개인화된 경험이 중요한 가치를 가지는 시대에 집에서 이용할 수 있는 의료기기를 멋진 디자인으로 선보였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며 “이는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가치”라고 말했다.
테이셰이라 교수는 “한국에서 성공한 서비스를 그대로 해외로 가지고 가서는 안된다. 현지 소비자가 원하는 점을 다시 분석하고 연구해야 한다”며 “새로운 국가에서는 어떤 기업이든 다시 스타트업으로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기억하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