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이 숙적 일본과의 A매치에서 1954년 첫 대결 이후 사상 첫 3연패를 당했다.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3위 한국은 15일 경기 용인미르스타디움에서 열린 2025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 최종 3차전에서 일본(17위)에 0-1로 패했다. 전반 8분만에 상대 공격수 저메인 료(30·산프레체 히로시마)에 한 골을 내준 뒤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만회 골을 뽑아내지 못했다.
4개국(한국·중국·일본·홍콩)이 풀리그 형태로 경쟁한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한일전을 앞두고 일본과 나란히 2승을 거뒀지만, 골득실에서 2골이 모자랐다. 반드시 이겨야 6년 만의 대회 우승이 가능했는데 일본에 덜미를 잡히며 2승1패 승점 6점에 머물렀다. 3전 전승(9점)을 기록한 일본은 대회 2연패이자 통산 3번째 우승(2013·22·25)을 달성했다. 중국(1승2패)과 홍콩(3패)이 각각 3위와 4위다.
지난 2021년(평가전)과 2022년(동아시안컵)에서 일본에 잇달아 0-3으로 완패한 한국은 이번 경기 결과까지 묶어 3연속 무득점 패배 부진도 이어갔다. 역대 전적은 여전히 한국이 우위(42승23무17패)에 있지만 격차는 빠른 속도로 좁혀지고 있다.
순간의 방심이 실점을 불렀다. 일본의 소마 유키(마치다 젤비아)가 왼쪽 측면을 파고든 뒤 올려준 볼을 저메인이 왼발 발리 슈팅으로 마무리하는 과정에서 한국 수비진은 공간도 사람도 통제하지 못 했다. 앞서 A매치 데뷔전이던 홍콩과의 첫 경기에서 4골을 몰아친 저메인은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를 둔 혼혈 공격수다.
한국 사령탑 홍명보 감독은 일본을 맞아 3-4-3 포메이션을 가동했다. 내년 북중미월드컵 본선에서 선수비 후역습 위주의 플레이가 필요할 경우를 대비해 이번 대회 내내 활용한 전형이다. 모리야스 하지메 일본 감독도 같은 스리백 카드를 꺼내 들었다. 형태는 비슷했지만 빌드업의 유연성과 전술적 완성도에서 전반 내내 일본이 앞섰다. 전방 압박도, 패스의 질과 성공률도 한국을 능가했다.
만회 골이 필요한 한국이 후반 들어 공세의 고삐를 바짝 조였지만, 일본의 디펜스 라인은 견고했다. 후반 들어 잇달아 그라운드를 밟은 한국의 두 장신 공격수 이호재(포항)와 오세훈(마치다 젤비아) 위주의 롱볼 축구에 차분히 대응하며 실점 위기를 견뎌냈다. 한국은 후반 39분 오세훈이 떨궈준 볼을 이호재가 감각적인 오른발 바이시클 킥으로 연결한 게 상대 골키퍼 선방에 막힌 장면이 아쉬웠지만, 이외엔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 했다.
동아시안컵은 FIFA가 미리 정한 A매치 데이에 열리지 않아 유럽파 차출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참가 팀 모두가 국내파 위주로 선수단을 꾸렸다. 일본의 한 기자는 “이번 일본대표팀은 2.5군 정도로 보면 된다”고 전했다. 일본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선수가 120명 이상이다. A팀 최정예 멤버 중 유럽 5대리그 소속 선수만 15명에 이른다. 스코어는 0-1이었지만, 양국의 실력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전술과 새 얼굴에 대한 실험을 진행한 게 아쉬움 속 유일한 위안이다. 한준희 축구해설위원은 “스리백이든 포백이든 선수 배치 방식은 중요하지 않다. 어떠한 압박과 빌드업 체계를 갖추느냐가 관건”이라면서 “1군이든 2.5군이든 비슷한 철학을 유지하는 일본의 플레이 스타일에서 보완할 점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