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수 천하. 올해 프로야구 전반기의 가장 큰 특징이다. 특히 한화 이글스 코디 폰세(31)는 전반기 ‘트리플 크라운’(다승·평균자책점·탈삼진 1위)을 달성하면서 KBO리그 마운드를 지배했다.
폰세는 18경기에 선발 등판해 11승무패, 평균자책점 1.85, 탈삼진 161개를 기록했다. 다승은 라일리 톰슨(NC 다이노스)과 공동 1위이고, 유일한 평균자책점 1점대 투수다. 탈삼진은 2위 드루 앤더슨(SSG 랜더스·150개)과 11개 차다. 승률(100%)도 1위다. 후반기에도 현재 페이스를 유지하면, 외국인 최초의 투수 4관왕에 오른다.
폰세는 등판한 전 경기에서 5이닝 이상 소화해, 최다 이닝(115와 3분의 2이닝) 2위다. 1위 아리엘 후라도(삼성 라이온즈·117과 3분의 1이닝)와 격차가 크지 않다. 이닝당 출루허용(WHIP·0.86)과 피안타율(0.183)도 폰세가 1위다. 심지어 지난 5월 17일 SSG와의 대전 더블헤더 1차전에서는 8이닝 동안 삼진 18개를 잡아 KBO리그 정규이닝 최다 탈삼진 신기록을 세웠다.
폰세는 후반기에 KBO리그 한 시즌 최다 탈삼진 신기록에도 도전한다. 현 기록은 2021년 아리엘 미란다의 225개. 경기당 8.9탈삼진의 폰세가 후반기에 비슷한 페이스를 유지할 경우, 8경기면 미란다 기록을 넘어선다. 폰세를 막아설 1순위 후보는 앤더슨이다. 평균자책점(2.06), 탈삼진, WHIP(0.99), 피안타율(0.192) 2위인 그는 추월을 노린다.
타석에서도 외국인 선수가 강했다. 특히 르윈 디아즈(삼성)는 독보적인 장타력으로 홈런(29개)과 타점(88점) 1위다. 홈런 20개를 친 공동 2위 오스틴 딘(LG 트윈스)과 패트릭 위즈덤(KIA)이 따라잡기 힘들 정도다. 타점도 2위 빅터 레이예스(롯데 자이언츠·69점)를 멀찌감치 따돌렸다. 장타율(0.595)까지 3개 부문 1위다.
전반기 페이스라면, 디아즈는 시즌 홈런 47개까지 가능하다. 후반기에 속도를 조금만 더 높이면, 외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 홈런(48개·2015년 야마이코 나바로) 신기록과 외국인 최초의 50홈런 타자 탄생도 기대할 수 있다. 지난해 KBO리그 한 시즌 최다 안타(202개) 기록을 작성한 레이예스도 사상 첫 2년 연속 200안타를 향해 달린다. 전반기 타율 0.340, 안타 122개로 두 부문 모두 1위다.
다만 후반기에 양강 구도에 거대한 지각 변동이 있을 수 있다. KT 위즈 신예 거포 안현민이 다음 달 초 규정 타석을 채우면, 순식간에 타격 여러 부문에서 선두권으로 올라선다. 지난 5월부터 주전으로 도약한 그는 전반기 타율 0.356, 홈런 16개, 53타점, 출루율 0.465, 장타율 0.648, OPS(출루율+장타율) 1.113을 기록했다. 타율, 출루율, 장타율, OPS 모두 현재 1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다른 타자보다 한 달 넘게 출발이 늦었는데도, 누적 기록인 홈런(5위)과 타점(11위) 순위까지 무서운 기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