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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미 수출 -35%’ 중국, 아세안·EU 공략해 전체 수출 늘렸다

중앙일보

2025.07.15 08:01 2025.07.15 16: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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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AFP=연합뉴스
트럼프발(發) 관세 폭탄이 글로벌 무역 질서를 흔들고 있다. 중국의 5월 대미(對美) 수출은 근 30년 이내 최대폭으로 떨어졌지만, 미국의 빈자리를 아세안·유럽 등이 채우면서 전체 수출은 오히려 증가했다. 고율의 상호관세를 통보받은 다른 아시아 국가들도 트럼프 행정부와 협상하는 동시에, 공급망 재편과 대안 시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15일 중앙일보가 한국무역협회와 함께 중국 해관총서(한국의 관세청) 수출입 통계를 분석한 결과, 중국의 5월 대미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34.5% 급감한 288억 달러에 그쳤다. 관련 통계 확인이 가능한 1998년 이후 5월 기준 가장 큰 감소율이다.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인 2009년 5월(-21.3%) 보다도 더 줄었다. 올 1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중국을 겨냥한 관세 정책의 직격탄을 맞은 것으로 풀이된다. 미·중 양국은 지난 5월 제네바 합의를 통해 초고율 관세(145%)를 대폭 인하했지만, 여전히 30% 추가 관세가 부과되고 있다.
김주원 기자

관세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5월 전체 수출은 오히려 4.5% 늘어난 3160억 달러를 기록했다. 대미 교역에서 줄어든 수출보다 아시아·유럽 등 대안 시장으로의 수출이 더 큰 폭으로 늘어난 덕분이다. 실제로 중국의 5월 아세안 10개국 수출은 14.8% 늘어난 584억 달러, 유럽연합(EU) 27개국 수출은 12% 증가한 495억 달러를 기록했다. 이외에 일본(6.2%), 인도(12.5%), 영국(15.6%), 호주(12.6%) 등 주요국에서도 높은 증가세가 이어졌다.

주요 품목별로 보면 격차는 더욱 뚜렷했다. 전기차 등에 사용되는 리튬이온 배터리는 미국으로 향하는 수출액이 전년 대비 22.8% 급감했지만, EU(52.2%)와 아세안(11.9%)에서 오르며 감소분을 상쇄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 1~5월 유럽 배터리 시장에서 중국 CATL과 비야디(BYD) 점유율은 50.2%로, 한국 배터리 3사(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 점유율 34.9%를 크게 앞서고 있다. 저가형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앞세워 유럽 시장을 빠르게 공략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자동차 수출도 미국(-66.9%)과 EU(43.6%)·아세안(89.2%)간 희비가 엇갈렸다.

미국 의존도를 낮출 수 있는 대안 시장을 찾는 것은 중국만의 얘기가 아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동맹국 여부를 가리지 않고 전 세계에 고율의 상호관세를 통보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트럼프 행정부는 한국과 일본에 25%, 필리핀에 20%, 인도네시아에 32%, 태국에 36%의 상호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발효 시점은 오는 8월 1일이다.
김주원 기자

이에 각국은 무역 협상을 통해 관세율을 최대한 낮추려고 노력하는 동시에, 대안 시장 확보에 나서고 있다. 지난 9일 아세안 외교장관 행사에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가 “외부의 압력에 맞서 싸우기 위해 우리끼리 더 교역하고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 것이 대표적이다. 인도는 브라질과 양국 간 무역을 70% 늘리기로 합의하고, 인도네시아는 EU와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한국 역시 예외는 아니다. 이재명 정부는 미국과 관세 협상에 적극 임하는 한편, 인도·호주·독일·프랑스·영국에도 특사를 보내 무역 문제 등을 논의할 계획이다. 한국의 6월 수출은 4.3% 증가하며 선방했지만, 하반기 상호관세와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제품에 대한 관세가 현실화되면 고전을 면치 못할 전망이다.

구기보 숭실대 글로벌통상학과 교수는 “올 하반기 미중 무역 분쟁이 확대되면 대미·대중 수출 모두 크게 감소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유럽, 동남아시아, 인도 등 대안 시장으로의 수출을 늘려야 하고, 특히 기업 투자도 미국에만 집중하지 않고 다른 지역에도 분산시키는 등 장기적인 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나상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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