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집 앞 마트를 찾은 조모(45)씨는 수박 값에 놀랐다. “한 통에 3만2000원이나 해서 반으로 잘린 걸 골랐는데도 1만9000원이었다. 예전 같으면 한 통을 살 수 있는 가격”이라며 “너무 비싸서 두 번 사 먹을 걸 한 번으로 줄여야겠다”라고 말했다.
제철 과채류인 수박 평균 가격이 올여름 처음으로 3만원을 넘어섰다. 무더위와 집중호우가 이어지는 등 날씨가 급변하면서 여름철 농산물 가격이 치솟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15일 수박 1개의 전국 평균 소매 가격은 3만65원을 기록했다. 하루 전(2만9816원)보다 0.84% 오르며 3만원을 돌파했다. 1년 전(2만1336원)에 비해 40.91%나 상승했다. 평년(직전 5년에서 최고·최저 제외한 평균)과 비교해도 43.02% 비싸다.
유통업계에 따르면 호우와 폭염이 반복되면서 당도가 기준 이하로 떨어지는 수박이 많았고, 이로 인해 상품 등급의 수박 물량이 부족해졌다. 여기에 올해 무더위가 빨리 찾아오면서 수요가 크게 늘어난 것이 수박 값을 더 끌어올렸다.
수박 가격 오름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최선우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과채관측팀장은 “이번 주 기온이 내려가며 수요가 다소 줄어들고, 강원도 양구·경북 봉화 등 지역에서 출하량도 늘어나고 있어 7월 하순에는 수급이 안정될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밝혔다.
여름배추·감자 등 채소류 수급에도 ‘경고등’이 켜졌다. 날씨 변덕 탓이다. 여름배추의 경우 주산지인 강원도 고랭지의 폭염·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하다. 이번 주 내리는 비로 가뭄이 일부 해갈됐지만, 이후 해가 강하게 내리쬐면 ‘꿀통(배추 뿌리 부분이 짓무르고 속잎이 썩는 현상) 배추’ 피해가 발생할 우려도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재배면적이 전년 대비 1% 줄었지만 예비묘(苗)·약제·비료 지원을 통해 (배추 수급을) 관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배추 생산량이 줄어들 경우 비축 물량 등을 하루 100~250t씩 풀겠다고 밝혔다. 서울 가락시장 일평균 반입량의 25~50% 수준이다.
감자는 현재 비대기(몸집이 크는 시기)인데, 최근 산지 가뭄으로 생육이 부진하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올 9월부터 수확할 고랭지감자 재배면적은 지난해보다 6.8% 감소했다. KREI는 앞서 올해 고랭지감자의 면적당 수확량(단수)도 전년 대비 0.3% 줄어들(표본조사 결과) 것으로 예측했다.
농식품부는 “고랭지감자 작황 회복을 위해 관수시설을 총동원하도록 지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계약재배한 물량 1만2000t을 활용해 공급량을 조절하고, 미국산 감자 3만2000t에 대한 수입권 공매(정부가 저율 관세 품목의 수입 권리를 입찰 방식으로 무역업자 등에게 판매하는 것)를 시행할 계획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기상 여건을 고려할 때 올해 여름 농축산물 수급을 관리하기가 매우 어려운 상황”이라면서도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총동원해 안정적으로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사과·배 등 과일류의 경우 봄철 저온으로 생육이 지연되긴 했지만, 여름 이후 수급에는 큰 차질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값이 치솟은 달걀은 방학 등으로 인한 수요 감소로 가격이 점차 안정화할 것으로 예상했다. 복날 등에 수요가 증가하는 닭고기는 이번 주부터 태국산, 다음 달부터 브라질산 수입이 재개되면서 공급이 늘어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