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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라 말릭의 마켓 나우] 시장의 소음 속에서 투자 시그널을 보는 법

중앙일보

2025.07.15 08:08 2025.07.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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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사고를 방해하는 끔찍한 소리” 쇼펜하우어는 소음을 이렇게 정의했다. 시장에서도 소음이 문제다.

최근의 금융 시장은 한층 더 소란스럽다. 금리를 둘러싼 엇갈린 전망, 공급망 재편, 지정학적 리스크, 기술 혁신이 겹쳐 투자자들을 혼란에 빠뜨리고 있다. 이런 시기일수록, 중심을 잡고 핵심을 파악할 줄 아는 투자자에게는 기회가 열려 있다. 지금 주목해야 할 다섯 가지 자산 시그널이 있다.

첫째, 채권을 단순히 수익률만 보고 고르는 시대는 지났다. 이제는 금리의 절대 수준보다 스프레드 구조, 즉 이자율 격차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금리 자체보다는 어떤 종류의 채권을 선택하느냐가 수익률을 좌우한다. 국채에 대한 과도한 비관론은 잦아들었고, 금리 곡선은 점차 정상화 조짐을 보인다. 고정 수익 자산에 대한 신중한 선별이 필요한 시점이다.

둘째, 지방정부의 재정 건전성은 생각보다 양호하고, 신규 발행이 늘어나면서 수익률도 상승세다. 올해 들어 수익률이 기대에 못 미쳤지만, 국채보다 넓은 스프레드는 장기 보유 투자자에게 충분한 보상 여지를 제공한다. 고령화 사회에서 안정적 현금흐름이 중요한 투자자라면 이 시장을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셋째, 미국과 유럽의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긴 침체에서 서서히 회복 중이다. 건설 수요가 줄고, 팬데믹 시기의 과잉 공급도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물론 오피스 수요 전반은 위축됐지만, 병원이나 클리닉이 입주한 혼합형 오피스, 대형마트가 자리한 상가, 중저가 주택 등 틈새시장에서는 여전히 기회가 엿보인다.

넷째, 미국 대형주는 여전히 세계 자본시장의 중심이다. 관세와 보호무역주의가 시장에 일시적 충격을 줬지만, 주요 기술주의 실적은 견고하다. 감세 정책의 연장, 규제 완화 가능성, 높은 진입 장벽 등은 미국 초대형 기술기업의 매력을 더욱 부각시킨다. ‘미국 주식 매도’는 시기상조일 수 있다. 반면, 유럽 주식은 구조적 개혁이 더딘 탓에 인내심이 필요한 시장이며, 신흥국은 무역 불확실성으로 인해 지금은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린다.

다섯째, 글로벌 에너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AI와 데이터센터, 전기차 충전망, 신형 발전소 확충 등은 전력 사용량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에너지 전환이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경제의 근간을 다시 짜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 영역은 장기적 관점에서 유망하다.

시끄러울수록, 진짜 기회는 조용히 찾아온다. 오스카 와일드의 이 말을 기억하자. “비관주의자는 기회가 문을 두드릴 때 그 소리부터 불평한다.”

사이라 말릭 누빈 최고투자책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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