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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컬 프리즘] 인천 섬마을에 생긴 변화

중앙일보

2025.07.15 08:14 2025.07.15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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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사회부 기자
인천시 중구에 있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은 요즘 사람들로 포화상태다. 섬 주민은 물론 관광객까지 한꺼번에 몰리면서 이른 아침부터 북적인다. 인천항만공사에 따르면 지난 6월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을 찾은 사람은 12만1894명. 지난해 같은 기간(9만6160명)보다 26.7% 늘었다.

인천시가 올해 1월부터 도입한 ‘인천 i 바다패스’ 때문이다. 인천 시민은 시내버스 요금 수준인 1500원만 내면 서해 25개 섬으로 가는 여객선을 이용할 수 있다. 약 200㎞ 떨어진 백령도를 6만6500원(연안여객터미널발 코리아프린세스호 편도 기준)이 아닌 1500원만 내고 갈 수 있게 된 거다.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도 평일 여객선 요금을 최대 70% 할인받는다.

인천 옹진군 공무원들이 인천항 연안여객터미널에서 섬 관광객을 상대로 ‘쓰레기 되가져오기’ 등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싼 뱃삯은 사람들의 발걸음을 섬으로 이끌었다. 인천시 분석 결과 올해 1월부터 지난 5월까지 섬 주민을 제외한 인천 여객선 이용자는 29만399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3만8202명)보다 23.4% 증가했다. 인천 시민은 20.6%, 서울 등 다른 지역에서 온 관광객은 42.7% 증가했다고 한다.

관광객이 늘면서 섬 경제는 살아났다. 관광지는 사람들로 붐비고 음식점과 특산물 판매점 등엔 손님이 찾아왔다. 현지인을 대상으로 저녁 영업만 하던 일부 식당은 점심에도 문을 열고 있다고 한다. 백령도의 한 음식점 관계자는 “작년엔 성수기를 제외하곤 손님이 거의 없었는데 이제는 주말은 물론 평일에도 손님이 찾아온다”며 반겼다. 여행사의 ‘1박 2일 인천 섬 여행’ 상품은 한 달 전에 예약해야 할 정도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문제도 생겼다. 배편은 한정적인데 관광객이 늘면서 정작 섬 주민들이 배표를 구하지 못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런 상황에서 배표를 예약하고 나타나지 않는 노쇼도 빈번하게 이어졌다. 관광객과 백패킹(야영)족들이 버린 쓰레기는 섬 곳곳에 쌓였다. 일부 관광객은 섬에서 나는 산나물이나 해안가의 조개 등을 불법으로 채취해 주민들과 갈등을 빚었다.

각 섬의 선착장에는 ‘불법 해루질은 주민들의 생계를 위협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연평도 한 주민은 “뱃삯에 환경세라도 부과하고 불법 해루질에 대한 단속과 처벌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른바 오버투어리즘(과잉 관광)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렇다고 관광사업을 포기할 수도 없는 노릇. 주민들의 반발에 옹진군은 지난 5월부터 연안여객터미널에 ‘옹진군민 전용 매표창구’를 운영하고 있다. 관광객들을 대상으로 ‘쓰레기 되가져가기’ ‘불법 임산물 채취·해루질 근절’ 등을 당부하는 캠페인도 벌이고 있다. 이거로는 부족하다. 관광객 인식 증진 등 섬 주민과 관광객 모두가 만족할 만한 대안을 옹진군과 인천시가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최모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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