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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귀병 필리핀 청년 살렸다, 한국 의술의 기적

중앙일보

2025.07.15 08:30 2025.07.15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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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의료진에게 생체 간이식 수술을 받은 필리핀 청년 바바오레예즈. [사진 서울아산병원]
난치성 희귀질환으로 죽음의 문턱에 놓여있던 23세 필리핀 청년이 한국 의료진의 수술로 새 삶을 얻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은 지난달 18일 필리핀 마카티병원에서 원발성 경화성 담관염을 앓고 있는 프란츠 아렌 바바오레예즈(23)에게 어머니의 간 일부를 떼어내 이식하는 생체 간이식 수술에 성공했다고 15일 밝혔다. 환자와 공여자인 어머니는 수술 후 건강을 되찾아 최근 퇴원했다.

바바오레예즈는 약 4년 전부터 담도염을 앓아왔고, 최근 패혈증으로 중환자실에 입원할 정도로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만성적인 담관 염증으로 간 기능이 저하되고 전신 상태도 나빠져, 보존치료만으로는 회복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집도를 맡은 서울아산병원 간이식 팀 안철수·김상훈 교수는 병든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하기로 했다.

수술은 쉽지 않았다. 공여자인 어머니 마리아 로레나 멘도자바바오(50)는 과거 복부 총상으로 세 차례의 복부 수술을 받아, 복강 내 심한 유착이 예상되는 상황이었다.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김기훈 교수는 현지 의료진과 함께 복강경 수술 대신 개복 수술로 간 일부를 무사히 절제해냈다.

이어 안철수·김상훈 교수가 환자의 병든 간과 간외 담관을 제거하고 새로운 간을 이식했다. 담관을 제거한 상태라 담관-담관 문합(연결)이 불가능해, 이식한 간의 담관과 공장(소장의 일부) 문합을 통한 간이식을 시도했고, 성공적으로 마쳤다.

서울아산병원과 필리핀 마카티병원의 인연은 2023년 의학적 상호 교류를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며 시작됐다. 간이식 수술을 한 차례도 해본 적 없던 마카티병원은 생체 간이식 분야에서 세계 최고 기관으로 꼽히는 서울아산병원에 의료진 교류, 교육 지원 등을 위한 협력을 요청했다.

서울아산병원은 2023년 이 병원 의료진 9명을 초청해 간이식 전 과정을 연수받을 수 있게 지원했다. 지난해 10월에는 김기훈 교수가 직접 병원을 방문해 간이식·간담도 분야에서 축적해 온 노하우를 전수했다.

환자 바바오레예즈는 수술 후 “멀리서 찾아와 새 생명을 선사해준 서울아산병원 의료진에게 진심으로 감사하다”고 전했다.

김기훈 교수는 “이번 수술은 현지 의료진이 독자적으로 간이식을 시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데 큰 의미가 있다”며 “앞으로 간이식 시스템이 잘 정착될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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