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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진법당 덮친 특검…2층 불상뒤, 지하 차고옆 '비밀의방' 찾았다

중앙일보

2025.07.15 13:00 2025.07.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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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오전 8시 김건희 특검팀(특별검사 민중기) 관계자 4~5명이 서울 강남구 역삼동 건진법사 전성배(64)씨의 법당으로 들이닥쳤다. 서울남부지검이 지난해 12월 법당을 찾은 지 7개월 만에 다시 압수수색에 나선 것이다. 특검팀이 재차 법당 압수수색에 나선 건 검찰 압수수색 당시 법당 지하 1층 및 지상 2층의 ‘비밀의 방’ 2곳을 빠뜨렸다는 첩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김건희 여사 관련 의혹들을 수사하는 민중기 특별검사팀이 15일 서울 역삼동 건진법사 전성배씨의 법당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선 가운데 특검 관계자들이 비밀 공간이 연결된 지하 차고를 향해 가고 있다. 연합뉴스


2층 불당과 연결된 비밀의 방…거실엔 일본神 아마테라스 굿당

전씨의 법당은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면적만 279㎡(약 84.4평)에 이르는 단독 주택이다. 2층(90.18㎡)엔 거실과 큰방, 작은방, 화장실이 있고, 1층(134.02㎡)은 일반 가정집 형태로 현관문을 들어서자마자 오른쪽에 2층으로 올라가는 내부 계단이 설치돼 있다. 2층 거실과 큰방에 각각 부처상과 일본 신화에 나오는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2개의 굿당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작은방은 테이블과 방석이 깔려 있는 응접실 형태의 손님 대기실인데, 전씨는 이 방에서 공천 헌금 의혹이 제기된 2018년 자유한국당 영천시장 예비후보와 사업가 이모씨, 축구선수 이천수 등을 만났다고 한다.

특검팀이 이날 핵심적인 압수수색 대상으로 염두에 둔 장소는 지상 2층 불당의 부처상 뒷편 공간과 면적이 54㎡(약 16평)에 이르는 지하 1층의 차고 옆 별도의 공간이다. 전씨가 귀중품이나 비밀 자료 등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했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특검은 수사기록 검토 과정에서 검찰이 2층 불당과 연결된 비밀 공간과 지하 공간의 물건을 압수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파악하고 수사 개시 단계부터 재압수수색을 계획했다고 한다.

실제 전씨는 과거 검찰 압수수색 당시 부처상 앞에서 서성대는 등 수상한 행적을 보이기도 했다고 한다.

김경진 기자


7개월만에 건진법사 법당 재압수수색

문제는 검찰이 이들 비밀 공간 두 곳을 압수수색에서 빠뜨린 뒤 전씨가 지난 4월 역삼동 법당의 물건 대부분을 다른 공간으로 옮겼다는 사실이다. 전씨 측이 이삿짐 용달 차량을 불러 법당 내부 일부 짐을 뺀 뒤 쓰레기를 정리하는 등 이사하는 모습이 일부 언론에 포착됐다. 특검팀 역시 이런 사실을 파악해 이날 4시 35분쯤까지 8시간여에 걸쳐 비밀 공간을 포함해 전씨가 은밀하게 사용하던 별도 공간을 중심으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압수수색엔 전씨가 직접 입회했다고 한다.

앞서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은 지난해 12월 전씨 압수수색영장에 법당과 실거주지 아파트 등을 모두 대상지로 기재했다. 압수 대상으론 통장, 영수증, 신용카드, 계좌거래내역, 메모지와 일기, 전자기기까지 전부 적시했다. 실제 당시 압수수색에서 전씨의 휴대전화 3대를 확보하며 수사를 확대했다. 다만 당시 압수수색은 전씨의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된 영장 집행이었고, 통일교 측으로부터 고가의 목걸이나 샤넬백 등을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기 전이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당시엔 비밀 공간을 파악하지 못했거나 혐의와 관련 없다고 여겨 압수하지 않았을 가능성도 있다.

건진법사 전성배씨가 운영하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 법당 2층 거실 일본 여신 아마테라스상을 모신 굿당의 모습. 독자 제공

특검팀은 이날 법당·아파트와 함께 2022년 지방선거 등에서 전씨의 공천개입 의혹과 관련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로 충주 산척면 일광사, 전씨의 변호인인 김모 변호사의 사무실 등 10여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충주 일광사에선 전씨 관련 자료와 신도 명단, 장부 등을 압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변호사 사무실에선 ‘찰리’로 불리는 전씨 처남 김모(56)씨의 휴대전화 2대도 확보했다.



공천 청탁 의혹 수사도 본격화


충북 충주 산척면 일광사 경내에 있는 종에 건진법사 전성배씨 일가 이름이 쓰여있다. 김건희 특검팀은 15일 건진법사 전성배씨와 전씨의 스승으로 알려진 혜우스님이 주지로 있는 일광사에 대한 압수수색영장을 집행했다. 손성배 기자
특검팀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씨를 통해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정치인들과 2022년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의 네트워크본부 관계자들에 대해서도 이날 압수수색 영장을 집행했다. 공천 청탁 의혹의 경우 전씨가 박현국 봉화군수와 박창욱 경북도의원 등 최소 5명에 대한 공천을 청탁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상태다. 이날 특검팀은 박 군수 등의 휴대전화를 확보했다. 실제 검찰은 앞선 수사 과정에서 전씨의 휴대전화를 포렌식해 지방선거 이튿날 “고문님의 보살핌으로 봉화 2명도 당선. 영주도 당선. 노고에 경하” 등 공천 및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담긴 문자 메시지 등을 확보했다.


특검팀은 이날 대선 당시 오을섭 국민의힘 대선 네트워크본부장의 자택 등도 압수수색했다. 오씨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전씨로부터 군수 후보의 이력서를 받은 뒤 “넵 꼭 처리할게요!”라는 답장을 보낸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실제로 전씨가 이력서를 보낸 후보 5명 중 4명이 당선됐다. 이날 압수수색을 계기로 전씨가 윤석열 캠프 네트워크본부 고문으로 활동하며 윤 대통령 부부에 대한 청탁 창구가 됐다는 의혹에 대해서도 수사가 본격화할 전망이다.

전씨는 별도로 2022년 4~8월 통일교 전 세계본부장 윤모씨로부터 고가의 목걸이와 샤넬백 등을 받아 김 여사에게 전달하고 교단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청탁을 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전씨는 통일교 측에서 목걸이 등 선물을 받은 것은 맞지만 모두 잃어버렸다는 입장이다.



손성배.양수민.이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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