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중화지역아동센터에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밝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25명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과일 간식을 먹은 아이들이 각자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엔 초등 2~4학년 학생 4명이 모여 음악 수업에 집중했다. 출장 강의 나온 피아노 강사에게 1대1로 연주를 배우고, 악보 읽는 법도 익힌다. 음악 수업에 참여한 2학년 학생은 “악보 보는 게 처음엔 어려웠는데, 연습하면서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선 국어ㆍ영어ㆍ수학 기초 학습은 물론, 연극ㆍ합창ㆍ미술ㆍ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도 진행된다. 초등학생은 이곳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친 뒤 오후 6~7시쯤 귀가한다. 중학생은 하교 후에 저녁 식사를 한 뒤 대학생 멘토와 함께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고, 중랑구 지원을 받아 외부 학원에도 다녀온다. 매주 한 번 볼링을 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있다. 귀가는 밤 9시 무렵이다.
“매일 센터에 오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요. 수업이든 놀이든 계획된 대로 척척 참여하죠.” 서성애 중화지역아동센터장은 “대기 인원이 많지만 공간이 좁아 더 많은 아이들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초등 3학년 쌍둥이를 이곳에 보내는 강모(45)씨는 “둘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 돌봄교실을 못 가게 됐다”며 “퇴근할 때까지 둘이 집이나 학원을 전전하다 보니 늘 불안했는데, 센터에 보내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지원하는 지역사회 마을돌봄 체계의 핵심 축이다. 맞벌이ㆍ한부모ㆍ다자녀 등 방과후에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학교 돌봄교실에선 주로 초등 1~2학년 위주로 돌보지만 마을돌봄에선 학년 제한 없이 돌본다. 부모가 입원하는 등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길 경우 일시 돌봄도 가능하다. 지역아동센터에선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11만838명(2023년 기준),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1~6학년 3만317명이 이용 중이다.
대전 송촌동의 ‘다함께돌봄센터’에 초등 3학년 자녀를 보내는 함진영(40)씨는 “아이가 돌봄센터 가는 날만 기다릴 만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함씨는 “특히 방학 때 큰 힘이 된다”며 “돌봄이 아니었으면 마음 놓고 직장에 다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마을 돌봄’은 단순한 방과후 돌봄 그 이상이다. 아이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부모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더 많은 아이가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온동네 초등돌봄’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저출산 시대임에도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자녀 돌봄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해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돌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