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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모 퇴근 때까지 돌본다…방과후 아이들 책임지는 이곳

중앙일보

2025.07.15 13:00 2025.07.1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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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7일 서울 중랑구 중화지역아동센터에서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음악 수업을 받고 있다. 악보 읽고 쓰는 법을 배우고, 피아노 강사에게 1대1로 피아노 치는 법을 배운다. 김성룡 기자.
"안녕하세요!"
지난달 27일 오후, 서울 중랑구의 중화지역아동센터에 학교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밝게 인사하며 들어왔다. 인근에 사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25명이 방과 후 시간을 보내는 곳이다.

에어컨 바람에 땀을 식히면서 과일 간식을 먹은 아이들이 각자 정해진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이날 오후엔 초등 2~4학년 학생 4명이 모여 음악 수업에 집중했다. 출장 강의 나온 피아노 강사에게 1대1로 연주를 배우고, 악보 읽는 법도 익힌다. 음악 수업에 참여한 2학년 학생은 “악보 보는 게 처음엔 어려웠는데, 연습하면서 쉬워졌다”고 말했다.

이 센터에선 국어ㆍ영어ㆍ수학 기초 학습은 물론, 연극ㆍ합창ㆍ미술ㆍ오케스트라 등 다양한 예체능 활동도 진행된다. 초등학생은 이곳에서 저녁식사까지 마친 뒤 오후 6~7시쯤 귀가한다. 중학생은 하교 후에 저녁 식사를 한 뒤 대학생 멘토와 함께 수학과 영어를 공부하고, 중랑구 지원을 받아 외부 학원에도 다녀온다. 매주 한 번 볼링을 치며 스트레스를 푸는 시간도 있다. 귀가는 밤 9시 무렵이다.

“매일 센터에 오면 아이들이 주도적으로 움직여요. 수업이든 놀이든 계획된 대로 척척 참여하죠.” 서성애 중화지역아동센터장은 “대기 인원이 많지만 공간이 좁아 더 많은 아이들을 받지 못하는 게 가장 아쉽다”고 말했다.

초등 3학년 쌍둥이를 이곳에 보내는 강모(45)씨는 “둘이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교 돌봄교실을 못 가게 됐다”며 “퇴근할 때까지 둘이 집이나 학원을 전전하다 보니 늘 불안했는데, 센터에 보내고 나서야 안심이 된다”고 말했다.

지역아동센터와 다함께돌봄센터는 아동권리보장원이 지원하는 지역사회 마을돌봄 체계의 핵심 축이다. 맞벌이ㆍ한부모ㆍ다자녀 등 방과후에 자녀를 돌보기 어려운 가정을 중심으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 학교 돌봄교실에선 주로 초등 1~2학년 위주로 돌보지만 마을돌봄에선 학년 제한 없이 돌본다. 부모가 입원하는 등 갑작스러운 사정이 생길 경우 일시 돌봄도 가능하다. 지역아동센터에선 초등부터 고등학생까지 11만838명(2023년 기준), 다함께돌봄센터는 초등1~6학년 3만317명이 이용 중이다.

대전 송촌동의 ‘다함께돌봄센터’에 초등 3학년 자녀를 보내는 함진영(40)씨는 “아이가 돌봄센터 가는 날만 기다릴 만큼 좋아한다”라고 말했다. 함씨는 “특히 방학 때 큰 힘이 된다”며 “돌봄이 아니었으면 마음 놓고 직장에 다닐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역사회 ‘마을 돌봄’은 단순한 방과후 돌봄 그 이상이다. 아이들의 생활이 안정되고, 부모는 안심하고 일할 수 있다. 더 많은 아이가 안전하고 따뜻한 공간에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투자와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정부도 돌봄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국가가 책임지고, 지자체가 직접 운영하는 온동네 초등돌봄’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익중 아동권리보장원장은 “저출산 시대임에도 맞벌이 가정이 늘면서 자녀 돌봄 수요는 오히려 늘고 있다”며 “학교돌봄과 마을돌봄의 연계를 강화하고, 지자체를 중심으로 업무 분장을 명확히 해 마음 놓고 아이를 기를 수 있도록 돌봄 안전망을 구축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이에스더([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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