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에 19%의 관세를 물리는 내용의 양국 무역협정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지난 4월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관세 발표 이후 미국과 새로운 무역 협정을 맺은 나라는 영국, 베트남에 이어 인도네시아가 세 번째가 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이르면 이달 말부터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인도네시아의 정말 훌륭한 대통령과 이야기를 했고 우리는 인도네시아에 대한 완전한 접근권을 얻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들(인도네시아)은 (관세) 19%를 지불하고 우리는 아무것도 지불하지 않는 것”이라며 “이 협상이 양측 모두에게 좋은 협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또 “인도네시아는 구리 생산에 매우 강하지만 우리는 모든 분야에 대한 접근권을 갖고 관세를 전혀 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 글을 통해서도 “인도네시아의 존경받는 프라보워 수비안토 대통령과 대화를 마치고 인도네시아와 중요한 협정을 확정했다”며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인도네시아산 상품에 19%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며 미국에서 인도네시아로 수출되는 상품은 관세ㆍ비관세 장벽이 완전히 제거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 농장주ㆍ농민ㆍ어민들은 처음으로 인도네시아의 2억8000만 명 이상 인구를 가진 시장에 완전하고 총체적인 접근권을 얻게 됐다”며 이번 협정에 따라 인도네시아는 미국산 에너지 150억 달러(약 20조8000억 원) 구매, 미국산 농산물 45억 달러(약 6조2500억 원) 구매, 50대의 보잉 항공기 구매를 약속했다고 전했다. 이어 “인도네시아 국민 여러분의 우정과 미국의 무역적자 해소를 위한 헌신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서 지난 7일 트럼프 대통령은 8월 1일부터 인도네시아에 32%의 관세를 부과한다는 서한을 보냈었다. 지난 4월 2일 국가별 상호 관세율을 부과할 때 인도네시아에 적용하겠다고 한 것과 같은 수치였다. 이후 양국 정부 협상과 대통령 통화 등을 거친 뒤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세가 13%포인트 낮춰진 19%로 조정된 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다른 교역국과의 후속 합의안 발표가 앞으로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는 “이(인도네시아)와 같은 몇몇 협정이 발표될 것”이라며 “인도와 기본적으로 같은 방향으로 진행 중이며 우리는 인도에 대해 완전히 접근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관세 정책 효과와 관련해서는 “두 가지 측면이 있는데 첫째는 돈이고, 둘째는 관세 대신 미국에서 생산시설을 구축하고 제품을 만드는 것이다. 이는 일자리를 창출한다”며 “둘 중 후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에서 열린 인공지능(AI)ㆍ에너지 투자 계획 발표 행사에 참석한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 DC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길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이르면 이달 말 의약품에 대한 관세를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관세율을 낮게 시작하고 기업들이 미국 내 공장 건설이 가능하도록 1년의 기간을 준 뒤 더 높은 관세를 적용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컴퓨터 칩(반도체)에도 비슷한 방식의 관세가 적용될 것”이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8일 각료 회의를 주재하면서 의약품과 반도체, 그리고 몇몇 주요 분야에 대한 관세 조치를 발표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특히 의약품 관세와 관련해 외국 업체가 미국에 제조ㆍ생산 시설을 들여오는 시간을 1년이나 1년 반 정도 부여한 뒤 매우 높은 관세를 매길 것이라며 “가령 200% 정도가 될 것”이라고 했었다.
트럼프 행정부는 특정 품목 수입이 국가안보에 위협이 된다고 판단할 경우 상무장관이 이를 조사한 뒤 대통령에게 제출하면 대통령이 관세를 통한 수입 규제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도록 한 무역확장법 232조에 따라 의약품ㆍ반도체 등에 대한 관세 부과를 검토하고 있다. 하워드 러트닉 상무장관은 지난 8일 의약품ㆍ반도체에 대한 국가안보 관련 영향 조사가 이달 말 완료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이르면 이달 말 의약품과 반도체에 대한 관세 부과 계획이 발표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