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노조 활동의 '바로미터'로 불리는 울산에서 조선, 플랜트, 자동차 등 주요 산업 노조들이 잇따라 파업을 예고하면서 '하투(夏鬪·여름철 투쟁)' 기류가 확산하고 있다. 노동계 하투는 정년 연장, 성과급 구조 개편 등 중장기 고용 안정 요구로 확대되는 양상이다. 산업도시 울산을 중심으로 한 이같은 흐름이 다른 지역과 업종으로 확산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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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D현중노조, 16일부터 연속 파업
HD현대중공업 노조는 16일부터 18일까지 연속 파업을 예고했다. 16일엔 4시간, 17일 7시간, 18일은 7시간 각각 파업한다. 백호선 노조지부장은 사측의 교섭 태도 등에 반발하며 지난 9일부터 단식투쟁에 돌입했다.
노조는 조선업 호황으로 회사가 큰 이익을 내고 있지만, 교섭 태도가 무성의하고 기만적이라고 비판하고 있다. 현재까지 임금협상 교섭은 10여 차례 진행됐지만 뚜렷한 진전은 없다. 노조는 정년 연장(만 60세→최대 65세), 임금피크제 폐지, 근속수당 인상,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호봉승급분 제외) 등 15개 요구안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함께 국내 주요 조선사 노조 간 연대 파업도 추진 중이다. 조선업종노조연대 소속인 HD현대미포, 한화오션, HD현대삼호, 삼성중공업, 케이조선 등 5개 노조는 파업 찬반투표를 가결하고 파업권을 확보했다. 이들은 사측이 실질적 협상안을 제시하지 않을 경우 18일 각 사업장에서 4시간 이상 공동 파업에 돌입할 방침이다.
HD현대중공업 등 사측은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회사의 여러가지 여건을 고려한 선에서 협의 중이라는 분위기다.
정유·화학·발전소 등에 근무하는 전국플랜트건설노조 울산지부도 이달 중 파업에 돌입한다. 노조는 지난 5월 8일부터 지역 126개 플랜트 건설업체와 임금·단체협약을 진행해왔지만 14차례 교섭에도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노조는 하루 일당을 1만 2000원 올리고, 정기보수공사(셧다운) 작업 때는 하루치 반(1.5공수) 임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일당 3000원 인상으로 맞서며 양측 간 입장차가 크다. 공수는 일용직 건설노동자 임금의 단위다. '1공수'는 하루 일당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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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랜트노조, 19일 SK 상경 집회 예고
노조는 15일에 이어 16일에도 각각 2시간씩 부분 파업에 돌입하고 오는 19일에는 서울 SK 본사 앞에서 상경 집회를 열 예정이다. 앞서 진행된 파업 찬반투표에는 조합원 9819명 중 7213명이 찬성해 가결됐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최대 사업장인 현대자동차 노조 역시 임금 및 단체협상에서 어려움을 겪는 분위기다. 노조는 정년연장, 기본급 14만1300원 인상, 성과급 회사 순이익의 30% 지급, 상여금 기본급의 900% 수준 지급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소식지를 통해 "사측은 대내외 경영 여건을 이유로 핵심 요구를 피해가고 있다"며 "사측이 변화하지 않는다면 조합은 더 강력한 투쟁으로 응답하겠다"고 강경 의지를 보였다.
이밖에 민주노총 공공연대노조 울산본부 소속 돌봄 노동자들이 처우 개선 등을 요구하며 16일 하루 파업에 돌입하고, 보건의료노조 소속 울산혈액원 노조도 오는 24일로 예정된 전국 총파업에 참여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