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7 부활…투자자들, 16년 만 가장 빠른 속도로 기술주에 몰려
BofA 월간 펀드매니저 대상 설문조사 결과
(서울=연합뉴스) 황정우 기자 = 투자자들이 16년 만에 가장 빠른 속도로 미국 기술주에 몰리고 있다.
미국 빅테크 '매그니피센트7'(Magnificent 7·M7)에 대한 선호가 되살아난 모습이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가 매월 펀드매니저들을 대상으로 벌이는 설문조사에 따르면 나스닥지수가 연중 저점을 기록한 지난 4월부터 이달까지 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이 2009년 3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증가했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펀드매니저들 가운데 순 14%가 기술 부문에 대해 '비중확대'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달 조사에선 기술 부문에 대해 순 1%가 '비중축소' 의견을 갖고 있었다.
지난 4월 2일 '해방의 날'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발표한 '관세 폭탄'으로 가장 큰 타격을 입었던 기술주들의 반등은 투자자들이 트럼프 대통령의 최근 관세 위협을 무시하고 있다는 신호라고 FT는 풀이했다.
지난 몇 년 동안 뉴욕 증시 상승세를 주도해온 M7의 가파른 이익 성장세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자리 잡고 있음을 보여준다고 해석했다.
바클레이즈의 미국 주식 전략책임자 베뉴 크리슈나는 "빅테크가 다시 주도권을 잡았다"고 말했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지난 4월 연중 저점 대비 33% 이상 올랐다. 최근 연일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고 있다.
지난주 인공지능(AI) 칩 선두 주자 엔비디아는 사상 처음으로 시가총액 4조달러를 돌파한 기업에 올랐다. 엔비디아 주가는 이날도 H20 칩의 중국 수출 허용에 힘입어 전장 대비 4.04% 오른 170.70달러로 마감했다. 엔비디아 주가가 170달러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스테이트 스트리트의 주식리서치 책임자 마리아 베이트마네는 "우리에게 기술주는 전 세계에서 가장 선호되는 분야"라며 "(기술주들은) 신뢰할 수 있는 강력한 이익 성장, 높은 이익률, 강력한 현금흐름 창출을 보인다. 다른 어떤 분야도 이런 것을 제공할 수 없다"고 했다.
마이크로소프트, 메타플랫폼, 알파벳, 아마존, 애플, 테슬라는 앞으로 2주 동안 2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바클레이즈의 크리슈나 주식 전략책임자는 "빅테크의 실적이 전망치를 웃돌 것으로 예상한다. 유일한 궁금증은 서프라이즈 규모"라고 말했다.
기술주들은 올해 1분기 어닝 시즌에서 전망치를 웃도는 실적을 발표해 주가 상승세를 뒷받침했다.
페더레이티드 헤르메스의 투자 책임자 제시카 헨리는 "연초에는 관세와 규제 환경에 대한 우려가 지금보다 더 컸다. 하지만 최근 보이는 것은 상당히 긍정적"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H20 칩의 중국 수출 허용에 대해 "엔비디아뿐만 아니라 보다 넓게는 반도체와 AI 관련 산업에 긍정적"이라며 "미국 기술의 경쟁력을 확실히 하기 위해선 특정 규제를 완화할 의지가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긍정적인 신호"라고 봤다.
다만 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이 단기간에 급등했지만, 설문조사 결과를 장기간으로 확대해 보면 기술 부문에 대한 투자 비중은 여전히 장기적 평균치 아래에 머물고 있다.
BofA의 투자전략가 엘야스 갈루는 "기술 부문의 최대 우려는 밸류에이션"이라며 "펀드매니저들은 지난 100년 동안 비싼 시장 중 하나를 사고 있다는 걸 깨닫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