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특검팀(특별검사 조은석)이 16일 조태용 전 국가정보원 원장 등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섰다. 박지영 특검보는 이날 오전 언론 브리핑에서 “내란 이후 증거인멸 혐의 관련 오전 7시부터 조 전 원장 주거지 포함 8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압수수색 대상엔 박종준 전 대통령 경호처장 주거지도 포함됐다.
특검팀은 12·3 비상계엄 직후 대통령 경호처에 저장돼 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과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보안 휴대전화(비화폰) 통화 기록이 원격으로 삭제되는 데 조 전 원장이 관여했는지 의심하고 있다. 홍 전 차장은 비상계엄 사흘 뒤인 지난해 12월 6일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당시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했다. 당시 홍 전 차장은 비화폰 화면을 언론 등을 통해 공개했는데, 여기엔 계엄 선포 직후 윤 전 대통령과 통화한 내역 등이 담겼다.
특검팀은 같은 날 조 전 원장과 경호처가 연락을 주고받으면서 ‘보안 조치’가 필요하단 이유로 비화폰 정보 삭제 조치가 이뤄졌는지 확인할 방침이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의 사직을 강요했다는 혐의(직권남용)로도 특검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조 전 원장은 '홍 전 차장이 (계엄 선포 때) 정치적 중립성과 관련해 적절하지 않은 말을 해서 대통령에게 교체를 건의했다'는 입장이다. 반면 홍 전 차장은 자신이 윤 전 대통령 지시를 따르지 않아 경질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검팀은 조 전 원장의 행위가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에 해당하는지 살펴보고 있다.
이와는 별개로 순직해병 수사방해 의혹 사건을 수사하는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지난 11일 'VIP 격노설' 관련 자료 확보 차원에서 조 전 원장을 압수수색한 바 있다. 윤 전 대통령은 지난 2023년 7월 31일 대통령실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임성근 전 해병대 1시단장을 포함한 간부 8명을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이첩한다는 보고를 받고 격노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당시 조 전 원장도 국가안보실장으로 회의에 참석했다.
내란 특검팀은 순직해병 특검팀이 압수한 물건을 제외한 부분에 대해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순직해병 특검팀에서 확보한 압수물 일부에 대해서도 별도로 넘겨받겠단 계획이다.
한편 특검팀은 전날 김민기 국회 사무총장을 피해자 겸 참고인으로 조사했다. 12‧3 비상계엄 당시 국회가 입은 피해 상황이 조사 대상으로, 조사는 오후 2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이뤄졌다. 박 특검보는 “김 사무총장이 충실하고 책임있는 답변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