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SCMP 보도…美, 기술 절도·학술 침투 등 주목 속 위험 연구자 비자 취소
中, 국가안전부 공개활동 강화…자원봉사자+군 합동 '사이버 민병대' 가동
"미중, 트럼프 재집권 후 과도한 기술 경쟁 속 스파이전 격화"
홍콩 SCMP 보도…美, 기술 절도·학술 침투 등 주목 속 위험 연구자 비자 취소
中, 국가안전부 공개활동 강화…자원봉사자+군 합동 '사이버 민병대' 가동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재집권 이후 미국과 중국 간 도를 넘는 기술 경쟁 와중에 스파이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가 16일 보도했다.
SCMP는 미중 양국이 간첩과 방첩 활동을 강화하면서 요인 체포와 비밀 작전을 더 가속하고 있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실제 지난주 미연방수사국(FBI)의 캐시 파텔 국장이 2020년 코로나19 백신과 관련해 미국의 민감 자료를 훔친 혐의로 중국인 해커 쉬쩌웨이(33)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체포한 것을 두고 "중국 공산당을 사냥한 것이라며 공산당은 우리 시대의 적"이라고 언급했다고 이 신문은 소개했다.
신문은 그러면서 같은 날 중국 국가안전부(MSS)는 3건의 외국 간첩 계획을 저지했다고 발표하며 자국 내 공직자들에게 경계 태세를 유지하라고 경고했다고 덧붙였다.
MSS는 지방 정부의 공직자들이 해외 체류 때 외국 정보원들에게 포섭돼 중국 내에서 기밀문서를 훔쳐 건네도록 강요받는다면서, 특정 국가를 거론하지 않은 채 "외국 스파이들의 중국 침투와 비밀 절취 행위가 갈수록 공격적"이라며 '규율 강화'를 주문했다.
또 지난달 MSS에 군사기밀을 제공하는 대가로 1만달러를 건네받은 2명의 미 해군 요원들이 FBI에 체포돼 미연방 검찰의 기소로 이어졌으며, 극비의 국방 정보를 중국에 판매하려던 중국 연구원 3명도 미 당국에 붙잡혔다.
중국에서도 지난달 국가기관의 핵심 기밀 부서에서 일하던 자국인 부부가 영국 정보기관을 위해 간첩 활동을 한 혐의로 체포돼 조사받고 있다.
SCMP는 "미정부는 (중국의) 기술 절도, 사이버 간첩, 그리고 학술 침투와 관련한 조치를 강화하면서 안보 위험으로 간주하는 (미국 내) 중국 유학생과 연구자들의 비자를 취소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문은 특히 트럼프 미 행정부가 전날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 칩의 중국 수출을 허가하는 등 일부 수출 규제를 완화했으나, 이를 통해 미중 간 스파이 경쟁이 둔화할 것으로 기대할 수는 없다고 분석했다.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중국 분석 책임자였던 데니스 와일더 전 백악관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은 "미국과 중국이 무역, 군사력, 세계적 영향력 등 분야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관계로 발전하면서 서로 간첩 활동이 증가했다"고 짚었다.
그는 "미국 정보기관은 불만을 품은 중국 관리들에게 접근하는 방식으로 스파이를 모집하고 있으며 MSS는 트럼프 행정부가 수출 규제하는 첨단 반도체 등과 관련한 비밀을 훔칠 목적으로 미국 사업가는 물론 (관련 있는) 시민들을 대상으로 한 포섭 작전을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 사이버 보안기업 마진 리서치는 지난 8일 발표한 보고서를 통해 "중국은 지방 정부의 지도 아래 운영되는 (민간인) 자원봉사자와 중국 인민해방군으로 구성된 '사이버 민병대 시스템'을 가동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미 텍사스대의 시나 체스트넛 그레이튼스 부교수는 "MSS가 정권 안보 차원에서 자국민을 체포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당국이 싫어하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경고할 목적으로 공개 활동을 확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미 존스홉킨스대 국제관계대학원(SAIS)의 세르게이 라드첸코 교수는 "서방에서 중국의 간첩 활동은 만연한 상태"라면서 "나도 몇 차례 표적이 됐다"고 토로했다.
미국 싱크탱크 '책임있는 국정운영을 위한 퀸시 연구소'의 데니스 사이먼 비상주 연구원은 "미중 관계가 갈수록 제로섬 게임 양상으로 흐르고 있다"며 "AI, 반도체, 양자컴퓨팅, 항공우주 등 분야의 기술 경쟁이 특히 그렇다"고 지적했다.
최근 수십년간 미중 스파이 전쟁의 흐름을 짚어보면 중국이 2008년부터 첨단 과학기술 육성 차원에서 해외 인재 양성 국가 프로젝트인 '천인계획'(千人計劃)을 강행하자 미국은 이를 산업 스파이 행위로 인식해 대응해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8년 11월 기술 정보와 지식재산권(IP)을 탈취하려는 중국 시도를 저지하려는 목적의 수사 프로그램인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시작했다.
해당 프로그램이 중국은 물론 아시아계 과학자들을 타깃으로 했음은 물론 인종적 편견·공포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반발이 일자 2022년 2월 당시 조 바이든 미 행정부는 차이나 이니셔티브를 공식 종료했으나 작년 말 트럼프 대통령이 재집권하면서 미중 간에 스파이 전쟁이 격화한다는 지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