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우크라 무기 공급에 마가 또 반발…"우리 전쟁 아니다"
"해외 전쟁 개입 중단 공약 지켜야"…마가 진영 균열 조짐
(서울=연합뉴스) 이도연 기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에 공격 무기를 지원하기로 하자 이 결정을 두고 그의 핵심 지지 기반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이 강력히 반발하며 분열될 조짐까지 보이고 있다.
15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과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 등 외신에 따르면 마가 진영 인사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나토를 통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계획이 미국의 해외의 전쟁 개입 중단 공약을 어긴 것이라며 반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미 백악관에서 열린 마르크 뤼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과의 회담에서 나토를 통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등을 공급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패트리엇 방공 시스템을 포함한 무기를 제공하고, 그 비용은 유럽 국가들이 부담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계획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충성파'로 꼽히는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하원의원(조지아)은 같은 날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해외 전쟁이 마찬가지"라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대선에서 본인과 공화당에 승리를 안겨줬던 미국 우선주의에 등을 돌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린 의원은 해외 전쟁 개입 중단 공약에 대해 "이것이 우리가 한 선거운동이고, 내 지역구에 약속한 것이고, 모두가 투표한 이유"라며 "나는 우리가 이 방침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린 의원은 무기 지원 비용을 유럽 국가들이 부담한다는 데 대해서도 "의심 없이 우리의 세금이 사용된다"라며 훈련을 위한 미군 배치 등 간접 비용 등을 미국이 내게 된다고 주장했다.
그린 의원은 이후 엑스(X·옛 트위터)에도 "'마가'는 우크라이나에 더 많은 무기를 보내는 데 투표하지 않았다. 마가는 미국이 해외의 전쟁에 더 개입하지 않는 데에 투표했다"라고 썼다.
'트럼프의 책사'로 불리는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 전략가도 우크라이나 전쟁이 "유럽의 전쟁"이라며 무기 지원 계획을 비판했다.
배넌은 자신의 팟캐스트에서 "유럽의 전쟁이므로 유럽이 해결하도록 놔둬야 한다"며 "그들에게는 자원과 인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우리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을 무장시키려 하고 있다. 젖은 유럽의 땅에서 벌어지는 끝도 없는 구식의 전쟁에 우리가 끌려들어 가고 있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 측근은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유럽이 미국의 무기를 구매하는 지원 방식이 지지자들의 분노를 완화해주는 것은 맞지만 여전히 지지자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싫어한다고 전했다.
이 측근은 "이것은 우리의 전쟁이 아니며, 확전은 미국의 이익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견이 미국 정가 전반에서는 그다지 영향력이 없을 수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열성 지지층인 마가 진영에 균열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미 '엡스타인 파일' 논란을 두고 반발이 일고 있는 트럼프 지지자들 사이에서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문제는 또 하나의 분열 요인이 되고 있다.
2019년 사망한 억만장자 제프리 엡스타인의 성 추문 사건과 관련해 최근 진상 규명을 촉구하는 지지층의 여론이 들끓는 가운데 나온 우크라이나 무기 지원 계획이 또 트럼프 대통령에게는 또 다른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진단이다.
다만,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자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반대한다는 주장을 반박했다.
한 백악관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한 유권자 중 약 3분의 2가 우크라이나에 계속 무기를 지원하는 데 찬성한다는 최근 여론조사를 인용하기도 했다.
애나 켈리 백악관 대변인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투표한 7천700만명 이상의 미국인과 MAGA 지지층은 언론처럼 공황 상태에 빠진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그들은 트럼프 대통령을 믿으며, 그가 힘을 통해 평화를 회복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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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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