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LA공립기술전문학교의 입학 상담실인 '브릿지 센터'에서 예비 학생들이 전공 정보를 검색하고 있다. 김상진 기자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직업 안정성이 불안해지면서 ‘전문기술 직업학교’가 뜨고 있다.
일부 한인 직장인도 더 나은 대우와 고령화 시대 대비를 위해 전문 기술 습득에 한창이다.
오렌지카운티에서 그래픽 디자이너로 10년간 일한 오진수(40) 씨는 가을학기부터 커뮤니티 칼리지 신입생이 된다. 오씨는 “아이들이 커가면서 안정적인 직장과 노년 대비가 중요하게 다가왔다”면서 “간호사인 아내가 전문 기술을 배워보라고 추천해서 어렵게 선수과목을 이수한 덕에 커뮤니티 칼리지 간호학과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오씨가 간호사에 도전하는 이유는 전문성과 안정된 노후 대비다. 남가주 병원 등 의료 분야에서는 전문 인력이 부족해 채용 기회가 많고, 급여도 다른 직종보다 상대적으로 높다.
오씨는 “물류회사에서 일하던 아내는 간호사 자격증 취득 후 초봉이 10만 달러 가까이 됐다”면서 “전문 기술을 배워보기로 한 이상 의료 분야가 더 끌렸다”고 전했다.
사진작가로 20년 가까이 활동했던 브라이언 이(50대) 씨는 최근 태양광 설치 영업 부문에서 회사 ‘탑 5’에 들었다. 이 씨는 코로나19 기간 2년 동안 전기 기술을 배웠다.
이씨는 “기술전문학교에서 전문 기술과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었는데 그 덕분에 요즘 뜨는 산업 분야에 취직해 좋은 대우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직업학교 관계자들은 특정 분야 기술을 배우고 자격증까지 취득하면 취업과 창업에 도움이 된다고 전했다.
LA지역 성인 대상의 대표적인 직업학교로는 공립인 기술전문학교(LATTC)가 꼽힌다. 이 학교는 ‘전기 기술, 자동차 정비, 화학, 회계, 컴퓨터, 노사 관리, 플러밍, 태양광 설치 및 관리, 피부 관리, 미용’ 등 일선 현장에서 바로 활용 가능한 기술 교육을 제공한다. 수업료는 가주 주민일 경우 과목 유닛당 약 46달러다. LATTC에 따르면 이민 신분에 관계없이 가주 내 고등학교 졸업자이거나, 주민이라는 증빙이 가능할 경우 누구나 신청이 가능하다.
의류 제작 분야 기술을 무료로 가르치는 재미한인직업교육센터 엄은자 원장은 “업계 트렌드에 맞춰 필요로 하는 기술을 익히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며 “LA 지역은 저소득층을 위한 직업학교나 교육 프로그램도 잘 갖춰져 있다”고 전했다.
남가주 지역 고등학교에서도 전문 기술 교육이 인기를 얻고 있다. LA타임스는 학교별로 기술 훈련 프로그램을 제공, 학생들이 여름방학 때 건축, 용접, 배관, 태양광 설치 기술을 습득해 취업에 성공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실제 라미라다 고등학교의 경우 용접 수업의 인기가 높아지면서 대기자가 100명까지 될 정도라고 한다. 이 학교에서 용접 기술을 익힌 한 졸업생의 연봉은 15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은 한때 대학 진학 열기로 전문기술 직업학교 인기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전했다.
라미라다 고등학교 브렌트 터틀 교사는 이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사람이 직접 손을 써야 하는 기술직은 인공지능(AI)이나 자동화로 대체하기가 쉽지 않다”며 “앞으로 특히 전문 기술을 갖고 있거나, 의료 분야 쪽에 전문성을 갖추면 직업 안정성이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