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美의 희토류 와신상담…최근 광산기업 국영화, 中에 설욕 나서

중앙일보

2025.07.15 22:27 2025.07.15 22:48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중국 내몽골 지역의 희토류 광산. 로이터=연합뉴스
미·중 무역전쟁에서 희토류 때문에 무릎을 꿇었던 미국이 굴기에 나섰다. 미 국방부가 직접 자국 희토류 업체에 투자를 단행해 대주주에 올라서고, 애플은 바로 이 업체와 거래를 트며 미국 전체가 희토류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애플이 희토류 채굴·가공 업체인 MP머티리얼즈와 ‘희토류 자석’(rare-earth magnets·희토류로 제조한 영구자석) 납품 계약을 맺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이 1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애플에 희토류자석을 납품하게 된 MP머티리얼즈는 사실상 국영 기업이나 마찬가지다. 최근 미 국방부가 4억 달러(약 5549억 원) 어치의 우선주를 매입해 대주주로 올라섰기 때문이다. MP머티리얼즈는 미국에서 유일한 희토류 광산인 캘리포니아 마운틴패스 광산을 보유하고 있다.
국가별 희토류 매장량 분포 그래픽 이미지. [자료제공=미국 지징조사국]

희토류는 미국의 아킬레스건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올해 기세 좋게 미·중 무역 전쟁에 들어갔지만, 중국이 희토류 수출 통제에 들어가자 발목이 잡히며 승기를 놓쳤다. 세계 희토류 시장의 90%를 장악한 중국은 지난 4월 희토류 자석 구매자에게 군사적 용도와 관련 없는 곳에 사용된다는 증명서를 제출토록 했다. 이 때문에 지난 5월 포드의 시카고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공장이 일주일 동안 폐쇄되는 일도 벌어졌다.

F-35 스텔스 전투기 등 미국의 첨단 무기 역시 생산에 차질을 빚는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미국은 결국 예고했던 관세부과를 철회하고 반도체 설계 소프트웨어와 석유화학 제품 원료인 에탄 등을 중국에 수출하기로 했다. 중국이 희토류 수출을 철회하는 대가였다. 미국은 엔비디아의 인공지능(AI) 반도체인 H20 칩의 중국 수출도 허가했다.

미국에 희토류가 없는 건 아니다. 네오디뮴 등 17가지의 희토류 자원이 지하에 묻혀있고 한 때 전세계적 희토류 채굴지로 꼽히기도 했다. 그러나 채굴과 가공 작업에 드는 비용면에서 중국에 상대가 되지 않으면서 2000년대 들어 미국의 희토류 관련 기업들은 하나둘씩 경쟁에 밀려 사라졌다.

미국 희토류 굴기의 대표주자로 떠오른 MP머티리얼즈의 성장은 마치 개발도상국 기업의 성장사와 같은 인상마저 준다. 헤지펀드 회사 출신의 제임스 리틴스키는 2017년 버려져있던 마운틴패스 광산을 인수해 희토류 사업에 뛰어들었다. 직원 8명의 임금도 지급하기 버거웠던 이 회사는 중국 희토류 회사의 투자를 받아서야 희토류 자석 제조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후 자체 처리시설을 만들고 미 국방부의 1억 달러(약 1388억 원) 보조금을 받으면서 사업이 본궤도에 올랐다.
제임스 리틴스키 MP머티리얼즈 최고경영자(CEO). MP머티리얼즈 홈페이지 캡처

그러나 2022년 중국의 과잉 생산으로 희토류 국제 가격이 폭락하고, 서방권 광산업체들이 몰락하면서 MP머티리얼즈 역시 휘청였다. MP머티리얼즈의 주가는 최고치의 5분의 1 토막으로 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MP머티리얼즈는 희토류 채굴과 가공에서 벗어나 희토류 자석 제조업체로 거듭나기 위해 전세계에서 전문가들을 채용하고 생산설비를 갖췄다. 이 과정에서 중국업체에서 일한 전문가와 중국 생산 장비를 일부러 배제했다고 한다. 중국의 견제를 우려해서다.

이런 노력 끝에 MP머티리얼즈는 현재 텍사스의 희토류 자석 생산 용량을 이전의 3배로 불리고, 추가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다. 애플에 공급하기 위해 캘리포니아에 희토류 재활용 라인도 만들 방침이다.

그러나 아직 과제도 남아있다. 희토류의 추가 확보가 필요하고 대규모 신규 시설을 짓고 운영하는데 어려움도 예상된다. WSJ는 “이 회사의 여정은 미국의 제조업체들이 산업을 부흥하는 데 맞닥뜨리게 되는 장애물을 잘 보여준다”고 했다.




박현준([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