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5일(현지시간) 텍사스 등 공화당이 우세한 지역에서 선거구 재획정을 통해 하원 의석수를 늘리는 방안을 거론했다. 특정 정당이나 후보에 유리하게 선거구를 조정하는 이른바 ‘게리맨더링’이어서 논란이 일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마린원(대통령 전용헬기)에 탑승하기 전 기자들과 만나 “(선거구 재획정을 거쳐) 공화당이 다른 주들에서 추가로 3~5석 정도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텍사스가 가장 클 것이고, 그것은 5석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미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백악관과 법무부가 텍사스 등의 선거구 재획정을 주도하고 있다. 현재 공화당은 하원에서 간소하게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데, 당세가 강한 지역을 중심으로 선거구를 조정해 내년 11월 중간선거에서 다수당 지위를 유지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현재 상원은 총 100석 중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으로 공화당이 과반을 차지하고 있다. 총 435석의 하원에선 공화당이 220석, 민주당이 212석, 3석이 공석이다. 하원의 경우 텍사스에 총 38석이 배정돼 있는데, 공석(1석)을 제외하면 공화당이 25석, 민주당이 12석으로 의석 수가 배 이상이다.
앞서 트럼프 1기 때 치러진 2018년 중간선거에서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당 지위를 유지했으나 하원은 민주당이 8년 만에 다수당 탈환에 성공했다. 이후 민주당은 하원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스캔들에 대한 각종 조사와 청문회를 진행해 2019년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을 통과시켰다. 하지만 탄핵안은 공화당이 다수인 상원에선 최종 부결됐다.
문제는 이처럼 선거구를 왜곡할 경우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이다. 폴리티코는 “기존 민주당 지역구에 공화당 지지자를 더 많이 배치하면 경쟁이 치열해지고, 동시에 기존 공화당 우세 지역에서 공화당 지지자를 빼내는 것이기 때문에 공화당의 우위를 희석시킬수 있다”고 짚었다.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한 다른 주에는 오하이오가 포함됐을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총 15석이 배정된 오하이오 하원의 경우, 현재 공화당이 10석, 민주당이 5석을 차지하고 있다. 폴리티코는 “오하이오에선 공화당이 최대 3석을 더 얻을 수 있다”고 전했다.
하킴 제프리스 하원 민주당 원내대표(뉴욕)와 텍사스를 지역구로 둔 민주당 하원 의원들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어 선거구 재획정에 맞서 싸우겠다고 밝혔다. 제프리스 원내대표는 “텍사스 공화당은 정치 불량배처럼 행동하며 결국 트럼프의 극단적 아젠다에 무릎을 꿇을 가능성이 크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정치 생명이 위태로워질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