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즈시마 고이치(水嶋 光一) 주한 일본 대사는 지난 14일 서울 성북구 주한 일본 대사관저에서 진행된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지난달 한·일 양국에서 열린 수교 60주년 리셉션을 통해 관계 발전에 대한 정상들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다"며 이같이 말했다. "한·일 간 어려운 문제도 분명 존재하지만 해결을 위해 협력하는 자세로 대응하다 보면 안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라면서다.
하반기 양국 관계 뇌관으로 꼽히는 사도광산 추도식에 대해선 "올해는 지난해처럼 (한국과 일본이)따로따로 여는 상황은 피하고 싶다"고도 강조했다. 인터뷰는 유지혜 외교안보부장이 진행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Q : 이재명 정부는 전임 정부가 마련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 방안인 '3자 변제' 해법을 지속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일본 측 호응이 미진하다는 지적이 있는데.
A : 2023년 발표된 (3자 변제) 조치는 대단히 어려운 상황에 있었던 일·한 관계를 온전한 관계로 되돌리기 위한 해법이었다. 민간인 또는 민간 기업이 자발적으로 행동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일본 정부가 특별한 입장을 취하지는 않는다. 일본의 '게이단렌'(經團連·경제단체연합회)과 한국의 '한경협'(한국경제인협회)이 일·한 미래 파트너십 기금을 창설해 고교 교사 교류사업과 스타트업 교류 사업 등을 진행하고 있다. 젊은 세대의 교류와 협력이 더 활발해지고 미래지향적인 관계가 됐으면 좋겠다. 이를 뒷받침하고 싶다.
(3자 변제 해법은 강제징용 소송에서 배상 확정 판결을 받은 피해자들에게 피고인 일본 전범 기업을 대신해 행정안전부 산하 일제강제동원피해자지원재단이 판결금과 지연이자를 지급하는 방식이다. 이 대통령은 취임 이튿날인 지난달 4일 "국가 간 관계는 정책의 일관성이 특히 중요하다"며 사실상 3자 변제 해법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고 기업인 미쓰비시중공업과 일본제철을 비롯해 일본 기업은 아직까지 재원 마련에 참여하지 않았다.)
Q : 최근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군함도 문제를 정식 의제로 다룰 것인지를 두고 한·일이 사상 첫 표 대결을 벌였다.
A : 어느 나라든 모든 문제에 대해 같은 입장일 수는 없다. 이를 계기로 전체적인 관계가 나빠져선 안 된다. 가끔 의견이 달라도 협력하는 자세로 서로 대응하고 좋은 기조를 유지해야 한다. 끝까지 의사소통하는 태도가 중요하다.
Q : 올해 하반기에 열릴 사도광산 추도식을 두고도 우려가 있다.
A : 지난해에는 양국의 조정이 잘 안돼서 따로따로 추도식을 연 데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하지만 일본 정부는 모든 노동자를 위해서 추도식을 매년 하기로 약속했다. 현재 지자체와 추도식 개최를 협의하고 있다. 추도식은 지자체가 개최한다. 물리적인 제약도 있을 수 있겠지만, 따로따로 추도식을 여는 것은 피해야 한다. 한국 정부와도 의사소통을 하겠다.
(일본은 지난해 7월 또다른 조선인 강제노역 장소인 사도광산을 세계유산으로 등재하면서 노동자의 희생을 기리는 추도식을 열기로 약속했다. 지난해엔 일본이 추도사가 빠진 무성의한 추도식을 진행하자 한국 당국자와 유족이 불참하면서 각각 반쪽짜리 행사를 진행했다. 한·일은 오는 9월 이후로 올해 추도식 일정을 협의하고 있다.)
Q : 이재명 정부 들어 첫 한·미·일 외교장관회의가 최근 열렸다.
A : 일·한·미는 국제 규범을 지키고 민주주의를 중요시하며 가치를 공유한다. 이번 회의에서 북한 정세에 대해서도 소통했는데 북한이 유엔 결의를 지키고 비핵화를 하도록 계속 노력해야 한다. 이 뿐 아니라 역내 안보와 경제 번영을 위해선 3국 협력이 중요하다.
Q : 일본이 의장국인 올해 한·일·중 정상회의, 한국이 주최하는 오는 10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양국 정상이 상호 방문하는 셔틀외교가 복원될까.
A : 말씀하신 기회를 통해 대면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구체적인 조정을 하고 있는 상황이 아니지만, 정상들의 의지가 있기 때문에 잘 조정될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달 16일 서울에서 열린 한·일 수교 60주년 리셉션에 이 대통령이 바쁜 가운데 영상 메시지를 직접 보내고, 1000여명의 인사가 발걸음해준 데 대해 기쁘게 생각한다.
Q : 인도·태평양 지역의 동맹 간 군사 협력을 강화하자는 일본의 ‘오션(OCEAN·One Cooperative Effort Among Nations)’ 구상과 관련해 한국에는 어떤 역할을 바라나
A : 오션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이라는 외교 정책의 개념을 방위 측면에서 구현하려는 정신이다. 자발적으로 협력과 연대를 심화시키려는 정신이다. 개인적으로 현재 안보 환경속에서 일·한이 더 협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다양한 분야에서 일·한, 그리고 일·한·미가 소통을 하는 것이 자연스럽고 한국이 어떤 형태로 협력할지는 앞으로 소통하며 논의해야 할 문제다.
Q : 한·일 양국이 6월 한 달간 국민 전용 입국심사대(패스트트랙)를 시범 운영했다. 앞으로 왕래를 더 편하게 할 방안이 나올까.
A : 입국 원활화 조치의 실제 효과를 현재 분석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출입국 조치는 법적으로 고려할 사항들이 있어 실행을 위해선 양국 간 긴밀한 협의가 필요하다. 효과가 확인되면 앞으로도 이런 시도를 계속할지 소통하며 결정하면 좋겠다.
Q : 부임 후 1년 2개월이 지났다. 소회는.
A : 정치·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과 만나고 서울 뿐 아니라 제주·부산·대구·대전 등 지방도 찾았다. 일·한 관계의 기초가 되는 건 사람과 사람의 관계다. 양국 간 왕래는 지난해 한 해 1200만명에 달해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오는 10월에도 한·일 축제한마당 등 수교 60주년 행사가 이어지는데, 한국 국민의 많은 참여를 바란다.
한편 미즈시마 대사는 최근 중앙일보와 동아시아연구원(EAI, 원장 손열)의 공동 기획 조사(6월 4~5일, 전국 성인남녀 1509명 웹조사, 95% 신뢰수준에서 최대허용 표집오차 ±2.5%p, EAI가 한국리서치에 의뢰)에서 2013년 이후 대일 호감도가 비호감도를 앞서는 ‘골든 크로스’를 처음으로 달성한 데 대해선 "대단히 마음이 든든하고 기쁜 결과"라며 미소를 지었다.
미즈시마 대사는 상호 호감도가 높아진 원인에 대해 "인적 교류가 늘어나면서 상호 이해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라며 "K-드라마, K-푸드, K-팝 등 한국 문화에 대한 일본 내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좋아하는 'K-푸드'에 대해선 "고급 음식보다는 소박한 식사를 하는 것을 좋아하고, 매운 음식이든 안 매운 음식이든 가리지 않고 잘 먹는다"고 말했다. 그는 "산낙지에도 도전해볼 의향이 있다"며 "홍어는 먹지 못할 것 같은데, 일전에 목포에 방문했을 때 신선한 홍어는 먹을 수 있었다"며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