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끝난 2025 EAFF(동아시아축구연맹) E-1 챔피언십(동아시안컵)은 1년여 앞으로 다가온 북중미 월드컵을 앞두고 치른 '오디션' 겸 '모의고사'였다. 홍명보(56) 축구대표팀 감독은 손흥민(33·토트넘), 이강인(24·파리생제르맹),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 등 유럽파 주축 선수들이 참가하지 않은 이번 대회에서 K리거 23명과 일본 J리거 3명으로 대표팀을 꾸려 기량을 점검했다. 또 기존 포백 전술 대신 스리백을 가동했다. 중앙 수비수 3명을 최후방에 배치하고 양쪽 윙백이 전진해 공격에 가담하는 전술이다.
결과는 아쉬웠다. 홍명보팀은 한 수 아래 전력의 중국(3-0)과 홍콩(2-0)은 이겼지만, 대회 최종 3차전에서 만난 라이벌 일본에 0-1로 패했다. 한일전 사상 첫 3연패도 당했다. 우승 트로피도 일본에 내주고 준우승에 그쳤다. 한일전 패배는 작년 7월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 감독이 13경기 만에 당한 첫 패배였다. 하지만 홍명보팀의 '월드컵 무대 경쟁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그동안 한국이 상대한 팀들은 전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이 더 낮았다.
17위 일본이 홍 감독 체제에서 지금껏 맞붙은 팀 중 한국보다 랭킹이 높은 첫 상대였다. 전문가들은 "많은 숙제를 남긴 대회"라며 "내년 월드컵 본선에서 만나게 될 팀 대부분이 한국보다 F랭킹이 높은데 이번에 드러난 약점을 보완하지 않으면 1승도 어렵다. 따끔한 예방주사라고 생각하고 철저히 대비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박찬하 해설위원은 "월드컵 본선까지 많아야 5~6번의 대표팀 소집 기회가 있다. 시간이 턱없이 부족해 더는 테스트가 어렵다. 동아시안컵을 통해 점검한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든 전술이든 최적의 조합을 찾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과제"라고 분석했다.
그는 "한일전에서 드러났듯 상대 분석이 부족하면 고전한다. 월드컵 본선 조편성이 확정되면 상대를 철저히 분석해 맞춤 전술을 준비하는 것도 단기간 내 팀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근호 해설위원도 "일본이 예상보다 훨씬 더 강하게 전방 압박했다. 월드컵 레벨에 맞춰서 조직력과 빌드업 체계를 디테일하게 다듬어야 한다. 또 세트피스에서 많은 득점 찬스가 나오는데, 그런 장면이 적었다. 다양한 세트피스 준비가 곧 경쟁력"이라고 지적했다.
소득도 있었다. 공격수 이호재(25·포항), 미드필더 강상윤(21·전북) 등 신예 선수들이 A매치 데뷔전을 치르고 실력을 입증했다. 두 선수는 홍콩전에서 골을 넣으며 홍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완성도는 떨어졌지만, 스리백 전술도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 홍 감독은 "이번 대회에서 많게는 5명 이상의 선수를 눈여겨봤다. 이번에 테스트한 스리백 전술에서도 경쟁력을 보인 선수가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근호 위원은 "스리백이라는 새로운 옵션이 생긴 건 수확이다. 또 새로운 얼굴을 여럿 발굴해 기존 주전 선수들과 경쟁 체제를 구축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