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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 고교서 참고서 베껴 기말고사 출제…"학생 성적 바뀔라" 논란

중앙일보

2025.07.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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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일러스트. 연합뉴스
광주광역시의 한 공립고등학교 교사가 시중에 유통되는 참고서 문제를 기말고사에 그대로 출제해 교육당국이 감사에 착수했다. 해당 고교는 문제가 된 문항에 한해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지만, 재시험 범위와 재시험 후 학생들 간 성적 변화 여부 등을 놓고 논란이 예상된다.

16일 광주시교육청에 따르면 지난 2일 치러진 A고교 1학년 1학기 기말고사 수학1 시험에 출제된 22개 문항 중 12개 문항이 방과후수업 교재로 쓰던 참고서에서 그대로 출제됐다.

당시 시험을 치른 학생과 학부모들은 특정 참고서에서 문제가 출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9일 광주시교육청에 관련 민원을 제기했다. 학교 측도 같은날 오후 해당 시험문제를 출제한 교사 B씨(50대)로부터 참고서의 문제를 그대로 전재한 사실을 확인하고 재시험을 결정했다.

광주시교육청. 광주시교육청
A고 1학년 담임교사인 B씨는 교사 3명이 참여한 이번 시험에서 총 14문항을 담당했다. 같은 과목 담당 교사 2명은 B씨가 출제한 문제를 검수했으나 참고서를 베낀 사실은 알아차리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B씨가 베낀 것으로 확인된 12개 문항은 참고서의 지문과 정답까지 완전히 일치하거나, 주관식 문항을 객관식 문항으로 바꿔 출제한 형태였다.

학교 측과 광주시교육청은 오는 17일 오전 8시 45분부터 1학년 학생 200여명을 대상으로 12개 문항에 대해서만 재시험을 치르기로 했다. 하지만 재시험을 치른 후 학생 간 성적 순위 변동 등이 발생할 수 있어 형평성과 공정성 문제 등을 둘러싼 논란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선 “시험문제 전체의 절반에 달하는 문항이 오염된 만큼 전체 문항을 다시 제출해 시험을 치르게 해야 한다”는 말도 나온다. 학부모 C씨는 “한두 문항이 문제라면 그것만 재시험을 치를 수 있겠지만, 시험 절반을 베낀 수준이라면 전체 시험을 다시 보는 것이 합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광주시교육청 측은 “재시험을 실시하는 구체적인 규정이 없어 사안별로 가장 합리적이고 형평성에 맞는 방법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수업 일러스트. 연합뉴스
광주시교육청은 교사 B씨에 대해 감사관에 통보하고 감사를 의뢰했다. 또 A고에 대한 감사를 통해 B씨와 같은 과목 교사 2명이 공통 검토 과정을 충분히 거쳤는지도 확인할 방침이다. 교육당국은 A고 사례를 계기로 일선 학교의 시험 문항 출제 윤리에 대한 학교 관리를 강화할 방침이다.

앞서 지난 11일 전남 목포의 D고교에서도 기간제 교사가 시험 문제를 전재한 사실이 드러나기도 했다. 학교 측 조사 결과 2학년 1학기 기말고사 물리 과목 24개 문항 중 6개 문항이 기존 출판사 참고서 문제와 동일한 것으로 확인됐다. D고는 재시험을 치렀으며, 전남도교육청은 학교 측의 시험출제 관리가 적정했는지 파악 중이다.

광주시교육청 관계자는 “내신성적이 매우 중요한 현재 상황에서 심각한 일탈 행위가 벌어졌다”며 “감사 결과가 나오면 징계 여부와 수위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최경호.황희규([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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