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연 창작 뮤지컬이 잇따라 관객을 찾는다. 길게는 수십 년의 세월을 넘어 검증된 대작 뮤지컬 틈바구니에서 톡톡 튀는 개성과 참신함으로 틈새시장을 공략한다. ‘어쩌면 해피엔딩’으로 대표되는 K 뮤지컬의 성공 사례에 힘입어 초연부터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작품도 늘고 있다.
창작 뮤지컬 ‘쉐도우’는 오는 9월 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백암아트홀에서 첫 무대를 가진다. 이 작품은 조선시대 영조와 사도세자 간 벌어진 비극적인 사건 ‘임오화변’을 바탕으로 상상력을 더해 록 뮤지컬로 풀어냈다.
2인극 형태인 이 작품은 지난 3월 선보인 쇼케이스에서 좋은 반응을 얻으며 정식 공연까지 무대에 올리게 됐다. 뮤지컬 쇼케이스로는 이례적으로 좌석이 없는 스탠딩 콘서트 형식으로 꾸며 눈길을 끌었다. 물론 이번 정식 공연이 스탠딩 관람 형식은 아니다. 10월 26일까지 관객을 만난다.
역시 2인극인 창작 뮤지컬 ‘더 크리처’는 지난달 16일 서울 대학로 자유극장에서 첫 무대를 가졌다. 메리 셸리의 고전 『프랑켄슈타인』의 결말에서 출발한 이 작품은 북극에서 다시 조우한 박사와 괴물의 이야기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냈다. 이 작품은 다음 달 31일까지 이어진다.
뮤지컬 ‘은경’은 지난 9~13일 서울에서 첫 공연을 마친 뒤 17일부터 19일까지 대구학생문화센터에서 관객을 만난다. 이 작품은 북한판 ‘안네의 일기’로 불리는 에세이 『은경이 일기』를 원작으로 제작했다. 17세 청년의 소소한 일상을 통해 북한의 현실을 담았다.
토니상 수상작 ‘어쩌면 해피엔딩’의 한국 공연 제작사 NHN링크는 가족 뮤지컬 ‘건전지 아빠’ 첫 공연을 지난 5일 올렸다. 전승배, 강인숙 작가의 동명 애니메이션 및 그림책이 원작이다. 장난감이나 리모컨 등에 쓰이는 건전지를 주인공으로 등장시켜 가족애를 그려낸다. 다음 달 24일까지 이화여대 영산극장에서 공연된다.
초연 뮤지컬의 관객 접근성을 넓히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다큐멘터리 영화 ‘칠곡 가시나들’과 에세이 『오지게 재밌게 나이듦』을 원작으로 올해 초연한 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은 오는 23일부터 영화관 CGV에서 볼 수 있다. 앞서 지난 9~15일에는 역시 올해 초연 뮤지컬 ‘라파니치의 정원’이 CGV에서 상영됐다. 미국 작가 나다니엘 호손의 단편소설 『라파치니의 딸』을 모티브로 한 창작 뮤지컬이다. 이번 상영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아르코)와 CGV가 함께 선보인 공연예술 콘텐트 활성화 사업 ‘아르코 라이브(ARKO LIVE)’ 의 일환이다.
원종원 순천향대 공연예술학과 교수는 “중소 규모 초연 작품이 처음부터 관객들로부터 주목받는 게 쉽지 않을 수 있는 만큼 쇼케이스, 정식 공연, 규모를 키운 각색 등 단계별로 필요한 지원이 다르다”라며 “단계별 맞춤형 지원을 통해 좋은 초연 작품이 관객을 만날 기회를 넓히도록 도움을 주는 게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국내 창작 뮤지컬 제작도 이어지고 있다. 제작사 타임은 내년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을 목표로 뮤지컬 ‘앤 불린’을 제작 중이다. ‘앤 불린’은 16세기 영국 엘리자베스 1세의 어머니이자 헨리 8세의 두 번째 왕비다. 오는 11월 런던 현지에서 작품발표회를 하고 내년 상반기 트라이아웃(시범 공연)을 거쳐 겨울에 정식 공연을 무대에 올린다는 목표다. 2027년에는 한국 공연도 계획하고 있다. 미국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에서 먼저 공연을 올린 이후 한국 관객을 찾는 ‘위대한 개츠비’와 비슷한 행보다.
CJ ENM은 황정민, 엄정화 배우 주연인 영화 ‘댄싱퀸’을 원작으로 한 창작 뮤지컬 제작에 나섰다. 2027년 한국 개막 공연을 하고 글로벌 시장으로 무대를 넓힌다. 예주열 CJ ENM 공연사업부장은 “뮤지컬 ‘댄싱퀸’은 뮤지컬 사업에 있어 본격적인 글로벌 진출의 첫 시작이 될 것”이라며 “CJ ENM의 다양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국내는 물론 세계 무대에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오리지널 작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