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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협상 카드 떠오른 소고기…정부 일각 "수입 타격 제한적"

중앙일보

2025.07.16 00:41 2025.07.16 0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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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미국산 소고기가 진열돼 있다. 미국은 한미 관세 협상 농산물 분야에서 30개월 이상 소고기 수입 제한 해제, 미국산 쌀 구입 할당 확대 등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져 농업인단체의 반발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 [연합뉴스]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참에 수입 금지를 풀자는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령 제한을 폐지해도 국내 소고기 시장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을 거란 분석에서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데다 전체 미국산 소고기 중 30개월령 이상은 2~3%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수입 금지를 푸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여한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이 이끄는 협상단은 소고기를 비롯한 미국이 요구하는 농축산품 시장 개방에 대해 주무부처 등과 논의한 뒤 다음주께 미국에 방문해 설명할 예정이다.

한국은 2008년 광우병 사태 이후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는 수입을 제한하고 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 등은 “2008년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임시 조치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 수입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그 임시 조치가 1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일본·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문제를 이번 관세 협상의 주요 압박카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실제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로 번진 전례로 볼 때 미국산 소고기 전체에 대한 한국 소비자의 거부감을 높일 수 있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30개월 월령 제한이 한국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내에는 호주산 소고기라는 대체재가 있다”며 “이를 아는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소고기 수입 확대에 따른 미국의 실익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미국산 소고기는 냉장용·냉동용 모두 한국이 1위 수출국이었다. 지난해 미국 냉동용 소고기의 대 한국 수출액은 12억 달러다. 전체 수출 비중의 26%를 차지했다. 냉장용 소고기 수출액도 9억4000만 달러(21.1%)였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정육 기준) 수출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반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아직도 식품 안전성 문제를 걱정하는 여론이 있는 데다, 한우 농가에 타격이 클 것이란 우려에서다.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국내 시장에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커져,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한우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임미애 민주당 의원은 “소고기 시장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기 때문에 농가의 반발이 굉장히 크다. (30개월령 이상 소고기 수입을) 받아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라고 말했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는 대신 한국 주력 산업의 관세를 크게 내릴 수 있다면 미국의 요구 수용을 고려해볼만 하다”면서 “해당 농민들의 반발이 크겠지만,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만들었던 통상지원법 등을 활용해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고, 관세 완화의 혜택을 받은 산업의 이익을 농민들과 공유하는 등의 방안을 마련해 농민들을 설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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