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밤은 라이브 방송도 있습니다.”
16일 오전 중에만 가미야 소헤이(神谷宗幣·47) 참정당 대표가 자신의 X(옛 트위터)에 올린 글은 7개. 참정당의 주요 공약을 집약한 홍보 문구인 ‘일본인 퍼스트(first)’에 대한 글이 연달아 실렸다. “일본인 퍼스트는 선거 문구니까 선거 기간만 (한다)”이라거나 “(선거가) 끝나면 그런 것으로 차별을 조장하는 것은 안 한다”는 한 방송에서의 발언을 ‘설명’하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다.
오는 20일 참의원(상원) 선거를 앞두고 한 참정당이 일본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2020년 4월에 세워진 이 정당이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의 텃밭에서 의석을 빼앗아, 10석 안팎에 달하는 의석을 차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를 떠올리게 하는 홍보 문구는 물론, 단순 외국인 노동자 수용 축소, 토지구매 제한 등 외국인 규제를 내세우고 있는 점에서 ‘우익 성향’으로 분류되는 당이다.
참정당의 약진이 감지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앞선 지난 6월 도쿄도의원 선거에서 처음으로 3석을 확보한 데 이어 이번 참의원 선거에선 전국 45개 선거구에 모두 후보자를 세우며 기세를 올리고 있다. 비례대표에도 10명의 후보를 내세우고 있는데 선거자금은 크라우드펀딩으로 조달하고 있다. 7900여 명이 참여해 지금껏 1억8337만엔(약 17억원)이 모인 상태다. 참정당에 따르면 중의원 3명, 참의원 1명 외에도 약 140명의 기초 지역 의원들이 소속돼 있다. 소속 의원들의 평균 연령은 46.5세로 남성(66.4%) 비율이 높다.
1977년생인 가미야 대표는 후쿠이(福井)현 출신으로 간사이대 문학부 사학지리학과를 졸업했다. 대학을 졸업 후 가업을 이었지만 파산하면서 고교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그가 정계에 발을 들인 것은 2007년의 일이다. 오사카(大阪)부 스이타(吹田)시의회 의원 선거에 출마에 당선하면서다. 2012년엔 자민당에 입당해 중의원 선거에서 공천을 받았지만 낙선했다. 2013년부터 인터넷 상에서 활동해온 그는 2019년 유튜브 채널 ‘정당 DIY’을 개설하고 창당 과정을 방송을 통해 알리며 이듬해 4월 참정당을 세웠다. 그가 배지를 달게 된 것은 2022년 7월 참의원 선거였다. 비례 후보로 당선한 그는 당 대표에 재선하며 활동 범위를 늘리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참정당의 급성장에는 인터넷의 영향이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전 참정당 관계자는 아사히에 “인터넷을 통해 모인 사람들이 횡적으로 연결되는 스타일이 급속히 지지를 확대하고 있는 현재 모습과 중첩된다”고 설명했다.
참정당의 득세를 바라보는 일본 내 시선은 복잡하다. 외국인을 배제하겠다는 우익 성향 때문만은 아니다. 참정당이 홈페이지에 올려놓은 ‘신(新)일본헌법’이 대표적이다. 제2장 국가편에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고 명시했는데 아사히는 ‘국민’이 아닌 ‘국가’가 주권을 갖는다는 점을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 역시 참정당의 헌법 구상안에 ‘평등권’은 물론 표현의 자유나 직업 선택의 자유 등이 빠져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참정당의 기이한 행보는 이뿐만이 아니다. 아사히는 참정당이 코로나19 시절 마스크 착용 자유화, 백신을 맞지 않을 자유를 주장했던 것도 우려했다. ‘음모론’에 기반해 “막대한 이익 획득을 목적으로 하는 세력이 코로나 공포를 과잉으로 부추기기 위해 마스크 착용을 호소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은 책자를 내놨다는 것이다.
김경주 도카이대(東海)대 국제학과 교수는 참정당의 약진을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지지층이 결집한 결과”라고 분석했다. “자민당에 불만을 갖는 젊은이들이 알기 쉬운 방식으로 감세, 외국인 배척과 같은 ‘포퓰리즘(인기영합주의)’ 정책을 내세우며 세력을 확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참정당은 지역 의원들이 많이 소속해 있는 정당으로 그간 지역 기반을 착실하게 닦아왔다는 점에서 쉽게 사라질 정당으로 보진 않는다”면서도 “자민당에서 떨어져나온 극우 세력을 규합하고 있어 확장성에 있어서는 어디까지 갈 지 두고 봐야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치야마 유(内山融) 도쿄대 대학원 종합문화연구과 교수 역시 이날 일본 포린프레스센터(FPCJ) 주최로 외신을 대상으로 한 강연에서 “참정당의 대두는 구조적인 원인에 기인한 것으로 만일 참정당이 일시적인 것이라고 하더라도 같은 존재가 다시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