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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붐이 코인런 될라’…BIS 경고 “스테이블 코인, 시스템 리스크로 전환 ”

중앙일보

2025.07.16 01:46 2025.07.16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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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한 스테이블코인. 중앙포토.
“스테이블 코인이 전통 금융산업과 결합하면서 시스템 리스크로 전환되고 있다.”

국내외에서 스테이블 코인 법제화 가능성에 코인 시장이 들썩이는 가운데 국제결제은행(BIS)이 잠재적 위험을 경고했다. 이달 초 내놓은 보고서 ‘스테이블 코인 확산에 따른 정책 과제와 규제 접근법’에서다.


BIS는 스테이블 코인 시장의 성장세에 주목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5월 말 기준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스테이블 코인은 약 170개로 시가총액은 2550억 달러(약 354조원)에 이른다. 60개(1250억 달러)가 유통됐던 1년 전보다 2배 이상 급증했다. 코인베이스 등 9개 글로벌 코인거래소에서 스테이블 코인이 거래에 사용된 비중은 2017년 말 7.9%에서 올해 5월 말 84%로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중 미국 달러 기반인 테더(USDT)와 써클(USDC)의 스테이블 코인 시장 점유율(시가총액 기준)은 약 90%에 달한다.


달러 기반 스테이블 코인의 최대 장점은 ‘1달러=1코인’ 비율로 화폐처럼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미국 국채나 은행 예금 등 특정 자산에 코인 가치를 일대일로 연동해 가격 변동성을 낮췄다. 특히 스테이블 코인 환매 요청 시 국채 등 준비자산을 처분해 코인 액면가와 동일한 금액을 돌려받을 수 있다는 투자자 신뢰가 깔려있다.

신재민 기자
하지만 BIS는 가격 변동성을 우려했다. 스테이블 코인과 준비자산이 완벽히 일대일로 연동되지 않았던 사례도 있다. 국제신용평가사 무디스에 따르면 2023년 1월부터 11월까지 USDC 등 주요 스테이블 코인은 ‘디페깅(가치 유지 실패)’이 600번 이상 나타났다. USDC 발행사인 서클이 실리콘 밸리은행에 준비자산의 8%를 예금으로 맡긴 게 대표적인 사례다. 해당 은행이 갑작스럽게 파산하면서 1달러에 고정된 USDC 가격은 한때 0.86달러까지 하락해 ‘코인런(대규모 코인 인출 사태)’ 위기에 몰리기도 했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스테이블 코인런은 금융시스템 리스크로 이어질 수도 있다. BIS는 미국 국채 시장에 대한 파급력이 가장 클 것으로 봤다. 테더 등 주요 스테이블 코인이 3월 말 기준 전체 준비자산의 81.5%(1728억 달러)를 미국 국채로 굴리고 있어서다. BIS는 보고서에서 “스테이블 코인에 35억 달러(약 5조원) 자금이 유입되면 단기 미국 국채 금리는 약 0.025~0.05% 하락하지만(국채값은 상승), 반대로 자금 유출 시엔 금리 상승폭이 2~3배 커진다”며 “시장이 불안할 때 코인 발행사들은 보유자산을 강제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또 스테이블 코인이 금융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점도 BIS가 규제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코인 특성상 거래소나 개인 지갑을 통하면 국경을 넘어 손쉽게 이동할 수 있다. 자금 출처 꼬리표가 남지 않기 때문에 자금세탁이나 범죄조직에겐 매력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달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이 정부의 외환규제나 과세회피, 자금세탁 수단으로 악용될 우려가 있다”고 평가했다.

류창보 오픈블록체인ㆍDID협회 회장은 “스테이블 코인은 전통 금융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며 “코인 발행에 따른 리스크를 철저히 점검하고 대응책을 마련한 뒤에 제도권 진입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암호화폐 대장주인 비트코인은 신고가 행진을 멈췄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6일 오후 5시(한국시간) 비트코인 1개당 가격은 11만8181달러에 거래됐다. 전날 12만3000달러 선을 돌파한 후 하루 사이 3.9% 하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밀어붙인 암호화폐 관련 법안이 15일(현지시간) 미국 하원 통과에 실패하면서다. 블룸버그는 이날 “법안 통과가 제동에 걸리자 최근 랠리에서 이익을 얻은 장기 투자자들이 차익 실현에 나섰다”고 평가했다.



염지현([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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