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영우 한반도미래포럼 이사장이 16일 대만 유사시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 문제에 대해 "너무 까다롭게 임할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은 한국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주한미군을 대만 사태에 개입시킬 수 있고 실제 동원되더라도 그 규모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천 이사장은 이날 (사)한반도미래포럼이 서울 종로구 아산정책연구원에서 개최한 '제7회 한반도미래포럼 심포지엄' 기조발제에서 "미국이 전략적 유연성을 중시하는 이유는 한국 정부의 동의 없이 대만 사태에 주한미군을 동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그런데 한국이 주한미군의 대만사태 개입을 막기 위해 전략적 유연성에 반대하면 미국은 주한미군의 주력을 철수해 대만 사태 개입에 제약이 없는 다른 지역으로 재배치하면 그만"이라고 지적했다.
천 이사장은 이어 "결국 우리 정부는 '주한미군 철수를 최소화하면서 대만 사태 개입을 묵인할 것이냐' 혹은 '대만 사태에 연루되지 않기 위해 주한미군의 철수를 감수할 것이냐'를 두고 양자택일에 몰릴 수 있다"고 관측했다. 그러면서 "전략적 유연성 문제 협의에 너무 까다롭게 나갈 필요가 있을지 의문이 든다"고 덧붙였다.
천 이사장은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하더라도 주한미군 가운데 대만 사태에 동원 가능한 전력은 공군 2개 비행단 뿐이고 이는 미국의 인도태평양 사령부 예하 공중 전력의 10분의 1도 안 되는 규모"라고 지적했다. "이는 대만 사태 대세에 영향을 줄 수 없는 규모"라면서다. 실제로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가 2023년에 발간한 중국의 대만 침공 '워 게임' 보고서는 유사시 주한미군 4개 전투 비행단 중 2개가 대만 지역으로 투입될 것으로 전망했다.
이날 포럼은 '이재명 정부의 외교안보정책 과제와 도전'을 주제로 진행됐다. 천 이사장은 새 정부의 대북 정책과 관련해 "가급적 북한을 자극할 언행을 자제하는 가운데 대화의 문을 열어놓고 북한이 대화에 나온다면 그때 성의 있게 호응하면 된다"고 조언했다. "북한이 대화하기 싫다고 하는데 굳이 따라다닐 필요는 없다"는 취지다.
또 천 이사장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10월 말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다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판문점 이벤트를 추진할 가능성이 있다"며 "다만 미·북 대화가 이루어지더라도 의미 있는 합의가 나오기는 어렵다"라고 말했다. 트럼프는 1기 재임 시절이었던 2019년 6월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 차 일본을 방문했다가 김정은에게 트윗으로 비무장지대(DMZ)에서의 만남을 갑작스럽게 제안해 실제로 이를 성사시켰다.
한편 이날 포럼에 참석한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은 "한국 정부는 트럼프 행정부의 요구 사항에 대한 접점을 찾아야 하는데, 이는 전략적 유연성에 대한 논의에서 시작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미 동맹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보여주는 가늠자인 지상군을 한반도에 유지하기 위한 유일한 협상 카드가 전략적 유연성"이라고 강조했다.
신 전 차관은 또 한·미·일 협력과 관련해 "한반도 중심성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미국과 일본이 느끼는 위협은 우리가 느끼는 위협과 다르기 때문에 그 차이를 계속 설명하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의 공간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참석자인 김형진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은 트럼프 행정부를 상대로 한 대미 전략과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이 모든 결정을 내리는 구조이기 때문에 정상 차원의 협의가 매우 중요하다"며 "한·미 포괄적 동맹을 강화하면서 북한에 대한 복합적인 전략을 마련해둬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김 전 차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관심을 갖는 한·미 조선업 협력과 관련해선 선박 수출뿐 아니라 보수·수리·정비 분야까지 협력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원자력 협력에 있어서도 '온 타임 온 버짓(On time, On budget·제시간에 예산 내 완공)' 건설 능력을 갖춘 한국과의 협력이 미국에도 매우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