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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휴일 이틀 줄이자는 프랑스 정부…야권·노동계 반발

연합뉴스

2025.07.16 0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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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성 향상 위헤 현재 11일→9일로 감축 제안 "공휴일이 예산 절감과 무슨 상관" 비판 봇물
공휴일 이틀 줄이자는 프랑스 정부…야권·노동계 반발
생산성 향상 위헤 현재 11일→9일로 감축 제안
"공휴일이 예산 절감과 무슨 상관" 비판 봇물

(파리=연합뉴스) 송진원 특파원 = 프랑스 정부가 국가 재정과 생산성 향상을 고려해 공휴일을 이틀 폐지하자고 제안하자 야권과 노동계의 거세게 반발했다.
프랑수아 바이루 총리는 15일(현지시간) 내년도 예산안 기조를 설명하는 자리에서 국가 부채를 줄이겠다며 공공 지출 감소 및 생산성 확대 방안을 공개했다.
바이루 총리는 지출 감소를 위해 국방 분야를 제외한 전 부처의 예산을 올해 수준에서 동결하기로 하고, 생산성 확대를 위해선 연중 총 11일에 달하는 법정 공휴일 가운데 이틀을 폐지하는 안을 내놨다.
그러면서 부활절 월요일과 제2차 세계대전 승전 기념일인 5월8일을 폐지 대상 공휴일로 꼽았다.
프랑스 정부는 공휴일 이틀을 폐지함으로써 총 42억 유로(약 6조7천억원)의 세수가 확보될 수 있다고 기대했다.
야권은 이 공휴일 폐지안에 너나 할 것 없이 들고 일어났다.
극우 국민연합(RN)의 장 필리프 탕기 의원은 16일 라디오 프랑스 앵테르에 출연해 "마크롱 정권이 7년의 집권 동안 열심히 일하는 사람들을 더 많이 일하게 하는 것 외에 다른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 것은 용납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또 "공휴일은 선물이나 공공 지출이 아니라 사회·문화적 조직 체계"라며 "국가의 예산 절감과는 상관이 없다"고 지적했다.
야권은 특히 5월8일을 공휴일에서 제외한다는 안에 격한 반응을 보였다. 1945년 5월8일은 나치 독일이 연합군에 항복하면서 2차 대전이 유럽에서 공식적으로 종전된 날이다. 프랑스는 이날을 국가 공휴일로 지정해 독일 나치에 대한 승리와 희생자들을 기리는 날로 삼고 있다.
극좌 정당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소속 토마 포르트 의원은 엑스에 "완전한 스캔들"이라고 비판했고, 녹색당 마린 통들리에 대표도 엑스에 "나치즘에 대한 승리 기념일을 더 이상 공휴일로 지정하지 않겠다는데, 이 제안을 정확히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라고 비판했다.
강성 노조인 노동총동맹(CGT)의 소피 비네 사무총장도 전날 AFP 통신에 "극우 세력이 권력의 문턱에 선 상황에서 총리가 나치에 맞서 승리한 날을 폐지하겠다고 한다"며 "이는 매우 심각한 일"이라고 우려했다.

이 같은 비판에 정부 내 뱅자맹 아다드 유럽 담당 장관은 "나치즘에 맞서 승리를 쟁취하는 데 상당히 헌신한 드골 장군이 5월8일을 공휴일에서 없앴다"고 반론했다.
일간 르피가로에 따르면 프랑스는 2차 대전 종전 뒤 1946년 5월8일을 기념일로 지정했으나 5월8일이 평일인 경우 그다음 일요일에 기념일을 치렀다. 그로부터 5년 뒤에야 5월8일은 공식 공휴일로 지정된다.
이후 샤를 드골 장군이 대통령에 당선된 후인 1959년 4월 프랑스 정부는 경제적 이유로 이날을 공휴일에서 제외했고, 1975년 유럽 통합에 강한 의지를 보인 발레리 지스카르 데스탱 대통령은 아예 기념식 자체를 없애버렸다.
5월8일이 다시 공휴일로 복원된 건 1981년 프랑수아 미테랑 대통령 시절이다.
정부는 야권의 반발이 거세자 공휴일 폐지 제안을 비롯해 내년도 예산안 기조와 관련해 모든 정당과 논의하겠다고 약속했다.
에리크 롱바르 재정경제부 장관은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정당들과 논의 과정에서 계획을 개선할 것"이라며 특히 의회의 불신임을 피하기 위해 그간 바이루 정부에 협력해 온 사회당의 지지를 끌어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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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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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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