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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오송 참사에 사과한 李 "유가족 조롱 대응할 전담팀 만들라"

중앙일보

2025.07.16 03:04 2025.07.16 1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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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대통령은 15일 이태원 참사 등 사회적 참사 유가족에게 90도로 허리를 숙였다. “국정의 최고 책임자로서 국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지켜야 될 정부의 책임을 다하지 못했던 점에 대해서, 그리고 그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유명을 달리 한 점에 대해서 공식적으로 정부를 대표해서 사죄의 말씀을 드린다”면서다. 일부 유가족은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이태원·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한 정부의 공식 사과는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에서 모두발언을 마치고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이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 영빈관에서 4·16 세월호 참사, 10·29 이태원 참사, 7·15 오송 지하차도 참사, 12·29 여객기 참사 유가족 200여명을 초청해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 간담회를 열었다. 이 대통령이 지난 6월 이태원 참사 현장을 방문한 당일에 이날 행사 개최를 참모진에 지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국가의 제1책임은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이라며 “나라의 주인이 국민이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는데, 국민이 위협을 받을 때 국가가 그 자리에 있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생명보다 돈을 더 중시하고, 안전보다 비용을 먼저 생각하는 잘못된 풍토 탓에 죽지 않아도 될 사람이 죽는 일이 발생했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에서 사회적 참사 유가족들과 인사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예정시간(2시간)을 훌쩍 넘겨 2시간 40분 정도 진행된 행사에서 유가족들은 참사 이후 마음에 쌓아왔던 이야기를 털어놨다.

최은경 오송참사 유가족협의회 공동대표는 재난 유가족 지원 매뉴얼 법제화와 심리회복 프로그램 즉시 시행 등을, 송해진 이태원참사 유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참사 전후 경찰의 수사기록 일체 공개 등을 요청했다. 김유진 무안 여객기 참사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둔덕과 항공 안전 시스템에 대한 전수 점검, 트라우마 센터 설립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종기 세월호참사 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2차 가해나 국가가 저지른 폭력에 대해서는 사과를 받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참석자들에 따르면 이 대통령은 유가족의 요청에 대해 대부분 답을 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참사 유가족을 향한 일부 네티즌들의 조롱 등 2차 가해 문제와 관련해 유재성 경찰청장 직무대행에게 “대응 전담팀을 만들라”며 “법적 조처를 할 수 있는 부분도 검토해보라”고 지시했다고 참석자들은 전했다. 또 이 대통령은 참사 유가족을 위한 심리 지원 방안을 검토해보라고 말했고, 이형훈 보건복지부 2차관은 “유가족은 의사 소견 없이도 심리 치료를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알아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이재명 대통령이 1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기억과 위로, 치유의 대화‘에서 참사 유가족 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오송 참사 유가족들은 “오송 참사는 지방자치단체에서만 담당하니 한계가 있다”고 털어놓았다. 이에 이 대통령은 김광용 행정안전부 재난안전관리본부장에게 “행안부에서 지원하라”고 지시했다. 행안부는 또 제대로 된 참사 대응 매뉴얼을 만들어보겠다고도 했다고 한다.


다만 이 대통령은 현실적으로 어려운 부분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최은경 대표의 국정조사 요구에 이 대통령은 “수사 진행 중이니 상황을 지켜보자. 국정조사는 국회에서 야당 협조도 필요하니 빠른 시작이 어려운 한계가 있다”는 취지로 답했다고 한다.





윤성민([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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