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연합뉴스) 김계연 특파원 = 안제이 두다 폴란드 대통령이 퇴임을 20여일 앞두고 극우 활동가를 사면했다. 우파 민족주의 세력의 지원을 받는 두다 대통령은 중도 자유주의 내각과 정국 주도권 다툼에서 사면권을 주무기로 써왔다.
15일(현지시간) PAP통신 등에 따르면 두다 대통령은 지난 11일 극우단체 독립행진협회 대표 로베르트 봉키에비치(49)를 사면했다. 그는 2020년 10월 낙태금지법 폐지 시위에 참여한 여성 활동가를 폭행한 혐의로 사회봉사 360시간과 1만 즈워티(379만원) 배상 명령을 받았다.
두다 대통령은 지난 10일 아담 보드나르 법무장관이 전에 내려져 있던 집행유예 결정을 취소하자 하루 만에 사면권을 행사해 형을 면제해줬다. 도날트 투스크 총리는 "나브로츠키 (대통령 당선인)과 함께 권력을 다시 잡기 위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이라는 신호"라고 반발했다.
투스크 총리는 2023년 총선에서 중도 자유주의 친유럽 성향 정당들을 끌어모아 8년 만에 정권을 교체했다. 이후 언론·사법 개혁을 추진하며 법과정의당(PiS) 집권 시절 적폐청산에 나섰으나 두다 대통령의 사면권 행사에 번번이 가로막혔다.
봉키에비치는 해마다 폴란드 민족주의를 대변하는 집회와 행진을 조직해 유명해진 인물이다. 최근에는 국경통제를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 섰다. 그는 지난 5월부터 독일이 폴란드에서 국경을 넘는 난민을 돌려보내자 국경방어운동이라는 이름의 자경단을 꾸려 자체 검문에 나섰다.
자경단은 이달 7일 폴란드 정부가 독일의 '난민 밀어내기'에 대응해 국경 검문을 시작한 이후에도 정부를 믿을 수 없다며 국경 지대에서 순찰을 계속하고 있다. 투스크 정부는 난민 자경단에 공권력을 사칭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반면 두다 대통령과 내달 6일 취임하는 카롤 나브로츠키 대통령 당선인 등 PiS 진영은 이들을 전폭 지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