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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 히어로즈 인턴 이장석 딸, 아빠의 관여 없었다는 구단

중앙일보

2025.07.16 08:01 2025.07.16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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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는 매년 프로야구 전 구단 임직원 이름이 담긴 수첩을 만든다. 올해 키움 히어로즈 마케팅팀에 ‘이○○’이라는 사원이 포함됐다. 이씨는 KBO로부터 영구 실격 징계를 받은 이장석(59·사진) 전 히어로즈 대표이사 딸이다. 이씨는 구단 정직원이 아닌 대학생이다. 마케팅팀 직원이 명단을 정리하다 당시 인턴이던 이씨 이름을 ‘실수’로 넣었다고 한다. 이씨는 지난 여름·겨울 방학에 두 차례나 대학생 인턴으로 근무했다. 소셜미디어(SNS) 업무를 담당했고 해외 스프링캠프에도 동행했다.

프로야구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요즘 수많은 취업준비생이 KBO와 각 구단에서 일할 기회를 얻으려고 줄을 선다. 이씨는 공정한 공개 절차를 통해 기회를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키움 구단은 공고도 내지 않았고 이씨는 특별 채용된 유일한 인턴이다. 키움 구단 관계자는 “직원들은 처음에 이 전 대표 딸인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가뜩이나 곱지 않은 시선을 받을 일인데 하필 ‘이장석 딸’이라서 더 논란이다. 이 전 대표는 2018년 횡령 및 배임죄로 징역 3년6개월 실형을 확정 받았다. KBO는 “구단 운영에서 불법적 행위로 사적 이익을 취하고, 사회적 물의를 일으켜 리그의 도덕성을 훼손했다”며 영구 실격 징계했다. 그는 구단 지분 69.26%를 소유한 대주주지만, 구단 운영에 어떠한 형태로든 관여할 수 없다. 하지만 ‘옥중 경영’ 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그는 2021년 4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이 전 대표의 법률 대리인이던 위재민 변호사가 2023년 3월 키움 구단의 새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위 대표는 이번 논란과 관련해 “이장석씨는 딸 문제에 일절 관여하지 않았다. 내가 독자적으로 판단하고 추천하고 결정한 일”이라고 주장했다 한다. 위 대표의 이런 주장과 “이 전 대표가 크고 작은 일에 여전히 실질적인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야구계 ‘정설’ 사이 어딘가에 진실이 있을 거다.

프로 구단과 선수에는 일반인보다 더 엄격한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는 시대다. 그런데 키움 구단만 과거의 그림자 속에서 맴도는 모양새다. 구단에 잘못의 책임을 묻는 모기업이 없으니 이번 일의 해법도 전과 다르지 않을 거다. 다시 고개 드는 의문. 히어로즈는 1000만 관중 시대에 야구단을 운영할 자격이 있을까. 팬들 눈에도 보이는 영구 실격 인사의 그림자를 언제까지 모르는 척할까. 허구연 KBO 총재 앞에 다시 큰 숙제가 놓였다.





배영은([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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