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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감원 쪼개나…“시어머니 둘” 옥상옥 논란

중앙일보

2025.07.16 08:01 2025.07.16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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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감독체계 개편’ 추진

‘금융감독원 쪼개기’를 골자로 하는 금융 감독 체계 개편을 둘러싸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감독 기구가 2개가 되면 그만큼 금융사 부담이 늘고, 업무 권한과 범위를 놓고 기관 간 갈등도 생길 수 있어서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정기획위원회는 금감원 내부 조직인 금융소비자보호처(소보처)를 별도로 떼 금융소비자보호원(금소원)으로 만드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금융위원회의 금융 정책과 감독 기능을 분리하는 동시에 금감원의 감독 기능까지 건전성 감독과 소비자 보호로 나누는 방식이다.

국정위는 금소원을 현재 금감원과 대등한 감독권을 가진 조직으로 재탄생시키는 이른바 ‘쌍봉형’ 개편을 우선 검토했다. 금융사 건전성 감독은 신설 금융감독위원회와 금감원이 담당하고, 금융 소비자 분쟁과 관련한 영업행위 규제는 신설 금융소비자보호위원회(가칭)와 금소원이 맡는 방안이다.

하지만 이런 체계는 금융 감독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많다. 기관별로 상이한 감독 기준을 내놓으면 금융사의 혼란을 부추길 수 있고, 또 업무 권한과 영역을 놓고 다툼이 발생하면 감독 사각지대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 쌍봉형을 택한 다른 나라들도 이 같은 문제를 경험했다. 대표적으로 호주는 지난 2001년 보험사인 HIH가 파산하는 과정에서 두 감독기관인 APRA(건전성 감독기구)와 ASIC(영업행위 감독기구)가 정보 교류를 제대로 하지 않아 주식 투자 및 보험 가입 제한 조치를 하지 못해 피해가 커졌다. 역시 쌍봉형 체계를 택한 영국은 감독 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규제를 내놓으면서 오픈뱅킹 같은 산업 혁신이 막혔다.

쌍봉형 체계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높자, 국정위에서는 최근 ‘소봉형’ 체계로 전환도 함께 검토하고 있다. 소봉형은 금감원에서 소비자 보호 기능을 분리해서 금소원을 만들되, 쌍봉형과 달리 금소원에 금감원 수준의 독립적 검사권은 주지 않고 소비자 분쟁과 민원만 담당하는 방식이다. 이 경우 업무 중복 우려는 다소 덜 수 있다.

하지만 새로운 조직이 생기면 또 다른 규제 방안을 경쟁적으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지적이다. 실제 국정위는 금소원을 만들면서 소액 소비자 분쟁의 경우 금융당국 결정을 무조건 따르게 하는 ‘편면적 구속력’ 도입도 함께 추진하고 있다. 이를 두고 금융업권 관계자는 “우리 입장에선 시어머니만 2명 생기는 것이고 이에 대응한 인력과 비용만 느는 셈”이라고 했다. 소비자 보호 업무를 굳이 별도 조직으로 떼는 걸 두고 정치권에서는 대통령과 가까운 특정 금융권 인사에게 자리를 주기 위한 것이란 해석도 나오고 있다.

조직 개편 논의가 기관 간 밥그릇 싸움으로 변질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도 국정위 업무보고에서 금융사 ‘단독 검사권’을 달라고 요구했다. 이창용 한은 총재 역시 이날 한 포럼에서 “한은은 주요국 중앙은행과 달리 직접적인 거시건전성 정책 수단과 미시건전성 감독 권한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한은의 거시건전성 역할을 보다 강화하는 방향으로 법적·제도적 장치를 보완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소비자 보호를 강화하려면 현 금감원 체계에서 관련 역할을 더 부여하면 되는데, 굳이 조직까지 분리하겠다는 것은 자리만 늘리겠다는 의도로 읽힐 수 있다”면서 “금융사 관치 부담만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남준.김경희([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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