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닫기

“미국산 소고기 수입, 관세협상 지렛대로 쓸 여지 있어”

중앙일보

2025.07.16 08:01 2025.07.16 13:39

  • 글자크기
  • 인쇄
  • 공유
기사 공유
30개월령 이상 미국산 소고기 수입 문제가 한미 관세 협상의 주요 의제로 떠올랐다. 정부 일각에서는 이참에 수입 금지를 풀자는 의견이 나온다. 국내 시장에 주는 타격이 크지 않을 거란 분석에서다. 16일 정부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이미 미국산 소고기의 최대 수입국인 데다 전체 미국산 소고기 중 30개월령 이상은 2~3%로 미미한 수준이라는 점에서 수입 금지를 푸는 것도 검토해볼 만한 사안”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전국소고기협회(NCBA) 등은 “2008년 한국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을 완전히 개방하기로 하고, 임시 조치로 30개월령 미만 소고기 수입을 허용한다고 했지만, 그 임시 조치가 16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일본·대만은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성을 인정해 한국과 유사한 30개월 제한을 해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미국 정부는 이런 업계의 요청을 받아들여 소고기 시장 추가 개방 문제를 이번 관세 협상의 주요 압박카드로 삼고 있다.

하지만 한국 입장에선 협상을 유리하게 끌고 갈 지렛대로 활용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명박 정부 시절 광우병 사태로 번진 전례로 볼 때 월령 제한을 푸는 게 한국 소비자의 거부감을 높일 수 있어 미국 내에서도 의견이 갈리는 상황이다. 한 통상당국 관계자는 “30개월 월령 제한이 한국에서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 국내에는 호주산이라는 대체재가 있다”며 “이를 아는 미국 내 이해관계자들이 많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실익도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육류수출협회에 따르면 한국은 2021년부터 4년 연속 미국산 소고기(정육 기준) 수출량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문제는 국내 반발 목소리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우 생산자단체인 전국한우협회는 “월령 제한이 폐지되면 국내 시장에서 광우병에 대한 불안이 커져, 소고기 시장 자체가 위축되고 한우 소비가 감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의 반발도 거세다.

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명예교수는 “30개월령 이상 소고기를 수입하는 대신 한국 주력 산업의 관세를 크게 내릴 수 있다면 미국의 요구 수용을 고려해볼만 하다”면서 “한-칠레 FTA(자유무역협정) 체결 당시 만들었던 통상지원법 등을 활용해 농민들의 피해를 보상해주고, 관세 완화의 혜택을 받은 산업의 이익을 농민들과 공유하는 등의 방안으로 설득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원([email protected])

많이 본 뉴스

      실시간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