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밤엔 뒤척이는 시간이 길어진다. 우리 몸은 체온을 조금씩 낮추며 깊은 수면을 준비하지만 고온다습한 열대야는 이 과정을 방해한다. 침실 온도가 높을수록 잠들기 어렵고 한밤중에 자주 깬다. 그렇다면 음식이 수면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많은 이들이 MSG(L-글루탐산 나트륨)를 먹으면 졸립다고 느끼지만, 이는 오해라고 볼 수 있다. MSG는 혈관-뇌 장벽을 통과하지 못해 직접적인 수면 유도 효과는 없다. 글루탐산은 뇌에서 자체 합성되며, 식사로 섭취된 MSG는 대부분 위장관에서 대사된다. 1960년대 중국 음식 증후군 논란 이후 지금까지 수십 년간 이어진 연구들의 결론은 MSG가 졸음이나 두통의 원인이 되기 어렵다는 결론을 일관되게 보여주고 있다.
짠 음식은 졸음을 유도할 수 있다. 2016년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는 초파리에게 고단백·고염식을 주었을 때 식후 졸음이 증가하는 현상을 관찰했다. 인간도 유사하다. 주말에 고기를 배부르게 먹고 낮잠을 자다 깬 후 입이 바싹 마르는 경험은 상추쌈을 만들어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짜고 기름진 식사의 영향일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일부러 짜게 먹는다고 수면에 도움되진 않는다. 동일 연구팀의 후속 연구에서는 고염식을 섭취한 초파리들의 수면의 질이 오히려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단백질과 염분은 졸음을 유발할 수는 있지만, 회복을 돕는 깊은 잠을 자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어떻게 먹어야 여름밤에 도움이 될까? 우선 술은 피하는 게 좋다. 알코올은 처음엔 졸음을 유도하지만, 대사 과정에서 뇌를 각성시키고 새벽에 자주 깨게 만든다. 게다가 이뇨작용까지 있어 화장실 때문에 중간에 깨는 일도 많다. 이런 패턴이 습관이 되면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잠을 설쳐서 개운하지 않으니 아침에 커피를 찾고, 그 여파로 밤에는 또 잠이 오지 않는다. 커피나 에너지 음료처럼 카페인이 들어간 음식도 오후 이후에는 피하는 것이 좋다. 카페인은 뇌에서 8시간 이상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배가 너무 고프면 잠드는 것도 어렵다. 공복은 각성을 유도한다. 하지만 과식도 숙면에는 방해가 된다. 특히 지방과 당분이 많은 식단은 깊은 잠을 방해하고, 위장을 무겁게 해 몸의 회복을 늦춘다. 한 연구에 따르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한 날은 하루 섭취 칼로리가 평균 400~500㎉ 더 늘고, 지방 섭취량이 확연히 증가한다고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여름밤을 위한 가장 좋은 음식은 가볍고 균형 잡힌 저녁 식사라고 할 수 있다. 너무 짜지도, 너무 기름지지도 않으며, 섬유질이 적당히 포함된 식단이 좋다. 특정 식품보다 식사 시점, 양, 음식 조합이 더 중요하다. 잠은 준비된 몸에 찾아온다. 무더운 여름밤 잠자리를 준비하는 첫 단계는 바로 식탁 위에서 시작된다.